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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지역주의를 넘는데 1%가 부족했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6-05 14: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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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지역주의를 넘는데 1%가 부족했다  
▲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선거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이라는 철옹성을 뚫는 데 1%가 부족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세 번째 쓴잔을 들었다.

오 후보는 공천 때부터 여야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특히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합당 전부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오 후보는 무소속을 선택했다. 부산의 견고한 지역감정을 넘으려면 ‘인물 오거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막판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일대일로 새누리당 친박 서병수 후보와 정면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박근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부산이 흔들리자 “박근혜 정부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흔들리는 부산 민심 속에 박 대통령을 던졌다.

그 결과 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다 막판에 전세를 역전당하고 말았다.

오 후보는 49.3%의 지지율로 50.7%를 획득한 서 후보에 패배했다. 오 후보가 거둔 득표율은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의원 등조차도 얻지 못한 결과다.

◆ ‘여론조사 1위’ 열풍에 그쳐

오 후보는 3월17일 무소속으로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유일한 무소속 후보다. 그는 “정당의 힘으로 시장이 되고 싶지 않다”며 “부산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부산시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석권해왔다. 오 후보는 출마 선언에 앞서 진행된 1월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 13.5%의 지지율을 얻어 권철현(11.7%) 전 주일대사와 서병수(10.0%) 후보를 앞질렀다.

서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가 5월27일~28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지지율은 40.8%를 보여 서 후보 지지율 39.3%를 오차범위 내인 1.5%포인트 앞섰다.

무소속 오 후보가 지역 향이 뚜렷한 부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이 되면 잘 할 인물’이라는 평가 덕분이었다. 그는 부산을 대표하는 공무원이었다. 1974년 부산광역시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2004년 부산시장 권한대행에서 물러날 때까지 31년 동안 부산에서 부산을 위해 일했다.

오 후보는 지난달 16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야권 단일후보로 부상했다. 김 후보는 “오 후보를 범시민 단일후보로 지지한다”고 말했고 이에 오 후보도 “반드시 승리해 시민의 뜻대로 부산을 발전시키겠다”고 대답했다.

◆ ‘무소속 야권후보’라는 이중성

오 후보는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하지만 겉으로 무소속을 견지했다. 그 이유는 과거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두 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2004년 재보궐선거,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2004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양쪽으로부터 영입제안을 받았는데 당시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을 택했다. APEC 부산유치가 성사되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오 후보는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허남식 현 시장에 패했다. 2004년 24.6%였던 득표율 차이는 2004년 31.4%로 더 벌어졌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으로 꼽히는 부산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오 후보는 세 번째 부산시장에 도전하면서 “선거에 져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을 모른다”며 “또 다시 실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 후보가 선택한 ‘필승전략’은 무소속이었던 것이다.

오 후보가 무소속 열풍을 일으키자 고질적인 지역구도가 깨지고 인물중심의 선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오 후보가 사실상 야권후보로 나선 상황에서 오 후보의 선전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현 정부가 최근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무능력함을 드러내면서 집권여당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도 민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무소속 오 후보가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한다면 이는 향후 정권교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오 후보의 ‘무소속이자 야권후보’라는 이중성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선거를 6일 앞둔 시점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자 서 후보 측은 오 후보를 두고 야합 선거연대라며 비난했다.

서 후보는 “오거돈 후보는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아무리 선거국면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부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진당과 연대를 도모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오 후보는 결국 졌다. 지역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오 후보는 새누리당 표밭인 부산에서 야권 후보로서 역대 최대 득표율을 얻었다.

그는 선거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부산시민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소속 시민후보 기호4번 오거돈 올림". 오 후보는 다음 선거를 또 준비하겠다는 것일까?

그는 어떤 방법으로 부산 시민으로부터 받았다는 사랑을 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선거가 끝나고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대목이다. 그만큼 오 후보의 선전은 주목의 대상이다.

◆ ‘부산 대표 공무원’ 오거돈

오 후보는 1971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고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974년 부산광역시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재무국, 내무국 등을 거쳤다. 2004년 안상영 전 시장의 유고로 부산시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2005년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에 올라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간 신항 명칭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와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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