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후보 서울시 교육감 당선 유력 |
조희연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2010년 곽노현 전 서울 교육감으로 4년 만에 진보교육감 시대가 다시 열렸다. 전문가들은 경쟁중심 교육에 대한 서울시민의 피로감이 조 후보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또 고 후보의 친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계기로 고 후보와 문 후보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수진영의 표심이 이탈한 것도 조 후보의 역전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 후보는 선거직전까지도 여론조사에서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에 밀려 3위로 뒤쳐져 있었다.
조 후보는 득표율 39.2%를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고승덕 후보는24.1%, 문용린 후보는30.8%에 그쳤다.
◆ 자사고 폐지로 교육 피로감에 지친 마음을 얻다
조 후보의 승리는 경쟁중심의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민들이 자사고로 불거진 극심한 경쟁으로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자사고는 애초 취지와 달리 입시위주 교육, 고교서열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사고를 일류학교로 보면서 자사고를 제외한 일반 인문계 고교는 삼류 고교로 취급되고 있다.
자사고의 학비는 국공립 대학의 그것에 맞먹는 수준이다. 일반 인문계 고교에 비해 3배 정도 비싸다. 돈에 의한 진입장벽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 후보는 “서울시 교육이 문용린 교육감 시절 지나친 경쟁위주의 교육으로 초중고 교육이 퇴행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평가기준에 근거하더라도 현재 운영중인 자사고 대부분은 지정 취소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또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를 할 때 목적에 맞지 않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건실한 학교는 사립형 혁신학교로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의 당선은 “자기 파괴적 과잉경쟁교육은 사라져야 한다”는 조 후보의 교육론에 서울시민들이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는 지난 3월 펴낸 ‘병든 사회, 아픈 교육’에서 과잉경쟁, 불평등 교육, 자살과 학교폭력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라 지적했다.
조 후보의 당선으로 자사고는 사라지고 혁신고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고는 학급당 학생수가 20여 명으로 적고 토론과 현장학습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다.
조 후보는 "혁신학교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공교육을 살리는 핵심과제"라며 "당선되면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창의인성교육 등 혁신학교의 성과를 모든 학교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대표공약이었던 혁신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교를 맞춤형으로 만든다는 실험적 교육정책으로 서울에만 60여 개가 있다.
◆ 곽노현 이후 진보진영의 교육감 탈환
조 후보의 승리는 곽노현 서울교육감 이후 보수진영에 빼앗겼던 서울교육감직을 진보진영이 다시 되찾아온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됐을 때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은 4%의 낮은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보수진영의 분열로 역전에 성공했다.
조 후보 역시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3위를 기록하며 뒤져 있었다. 하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진보교육감시대를 다시 열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결과 11개 지역에서 진보성향 후보가, 3개 지역에서 보수성향이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치열하게 경합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현안을 두고 앞으로 교육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미 교원 징계와 학업성취도 조사 등을 놓고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들은 갈등을 빚어왔다. 박근혜 정부의 초중고교 교육정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개표방송을 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 고승덕 파문 반사이익
선거 막바지에 문용린 후보와 고승덕 후보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희연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 후보의 친딸 고희경씨가 지난달 31일 "자식을 버리고 돌보지 않은 고승덕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고희경씨의 외삼촌인 박성빈씨가 문 후보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자 이 문제는 두 후보 간 '공작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고 후보는 문 후보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일가와 힘을 합쳐 이번 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반발한 문 후보는 지난 3일 고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와 고 후보간 공작정치를 놓고 벌어진 공방전은 최종승자를 조 후보를 만들었다.보수성향 후보자로 분류된 인물 중 가장 지지율이 높았던 두 후보의 대립으로 중도의 표심이 등을 돌려 조 후보에게 몰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교육감 선거는 고 후보와 문 후보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조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지지율에서 두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보수 진영 후보의 이전투구에 실망한 표심이 조 후보에 몰리면서 대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조 후보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지를 호소하는 글이 고 후보의 딸이 아버지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과 대비되면서 젊은층들이 대거 조 후보에게 몰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고승덕 문용린 후보의 공작정치 공방이 조희연 아들의 진정성 있는 글과 너무나 대비됐다”, “고승덕 문용린의 네거티브 공방에 표심을 잃었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실천적 지식인 조희연
조희연 후보는 진보진영에서 ‘실천적 지식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았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 평가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좋은교사운동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의 서울교육감 후보 공약 평가에서 조 후보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조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무모한 경쟁교육 중단과 교육격차 없는 서울, 국제중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유아교육 공교육,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후보는 사회학자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다.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이었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조 후보는 대학 4학년이던 1978년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9호에 반대하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철폐하라" 유인물을 배포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1979년 8월15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조 후보는 2013년 3월 헌법재판소에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난 뒤 같은 해 7월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 후보는 1990년부터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NGO대학원장, 시민사회복지대학원장, 일반대학원장, 기획처장, 교무처장, 민주자료관장, 민주주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후보는 1994년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 집행위원장,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조 후보는 진보성향의 시민교육단체로 구성된 ‘2014 좋은 서울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가 추진한 단일화 경선에서 서울교육감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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