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물러나면서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의 시대가 본격화적으로 열리고 있다.

신동원 부회장은 해외공장 설립으로 북미와 남미를 본격 공략해 신춘호 회장이 이룬 ‘라면왕국’을 세계로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신동원 농심 회장에 오른다, 한국 라면의 세계화 완성 의지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8일 농심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장남인 신 부회장의 회장 승계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이미 2020년 9월 기준으로 농심그룹의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확보해 사실상 지분으로 볼 때 승계작업은 이미 마쳤다. 신춘호 회장은 현재 농심홀딩스 자회사인 율촌화학 지분 13.5%만을 보유하고 있다.

신춘회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이미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하며 사실상 계열분리를 마쳤다.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분 13.83%를 보유한 율촌화학도 조만간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홀딩스 신설 당시부터 후계를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며 “추후 신동원 부회장이 다음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신춘호 회장이 꿈꿔온 ‘한국 라면의 세계화’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신춘호 회장은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소고기라면’을 출시하며 해외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농심 라면은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2020년 미국에서만 매출 3억3500만 달러(약 3744억 원)를 냈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33% 증가했고 미국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22%로 3위를 차지했다. 미국 라면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는 일본 도요이스산과 닛신이다.

신 부회장은 프리미엄 전략을 바탕으로 일본 라면회사들을 따라잡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라면은 3~4개 묶음이 1달러 정도에 팔리는 반면 농심 신라면은 1개에 1달러 안팎이다. 일본 라면회사들은 면과 스프를 현지에 있는 전문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농심은 자체공장에서 면과 스프를 생산해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2공장이 설립되면 미국에서 농심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인근에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제2공장을 짓고 있다. 기존 미국 공장의 3배 규모인 약 15만4000㎡ 규모로 건설되고 있으며 2021년 말부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은 미국 제2공장을 거점으로 남미지역 수출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남미지역은 최근 K팝 등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국 음식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 서부지역에 생산시설을 두면 멕시코 등 남미지역 공급에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추가적 투자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최근 김종우 경영지원실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는데 김 상무는 오랫동안 재무회계를 담당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재원 관리가 핵심 임무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2020년 말 기존 농심이 보유한 순현금 5700억 원의 활용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중장기 해외사업 보폭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심의 글로벌 인지도 확대가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업체로 도약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간편식(HMR), 생수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 성장동력 확보도 신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농심은 2012년 ‘백산수’를 출시하며 생수사업을 시작했고 가정간편식시장에도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백산수는 국내 생수 시장점유율이 8% 정도에 그치고 가정간편식 매출은 아직 라면 매출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농심은 맛을 잘 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정간편식사업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비건 브랜드 론칭과 숙취해소제의 판매대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

라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은 경쟁 심화로 농심의 시장 지배력이 과거보다 축소됐고 간편식 등 대체재의 성장으로 라면시장이 더 성장하기 힘들어졌다”며 “농심이 자금력은 충분한 만큼 가정간편식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