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4.15 총선을 치르며 정치인으로서 포용적 인상 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층 끌어안기라는 선거전략 측면 외에도 총선 뒤 다음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위원장은 선거 유세에서 잇달아 정치진영 사이에 ‘미움의 정치 청산’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10일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출마한 박수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부여시장에서 유세를 벌이면서도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머리를 맞대야 하고 마음 속에 미움이 있더라도 서로 무릎을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만 코로나19와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처음으로 ‘미워하지 말자’는 화두를 꺼내든 때는 4일 서울 종로구 유세 때부터다.

이 위원장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저 이낙연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며 “우리는 어차피 서로 협력해 나라를 구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반면 황 대표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 다소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력에 눈먼 자들이 제구실을 못 해 우리가 지금 험한 꼴을 보고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이 포용적 태도를 보인 데 반해 황 대표는 상대적으로 속이 좁아 보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황 대표도 실수했다고 생각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지웠다.

통합당 인사들의 막말 논란이 4일 이후 연이어 불거진 점도 이 위원장이 포용적 태도를 강화하는 데 자극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대호 후보는 6일 “30~40대는 논리가 없고 무지와 착각만 있다”라고 말했고 7일에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등 발언을 내놓으며 연이어 세대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8일에는 경기도 부천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입길에 올랐다.

이 위원장 9일 통합당 후보들의 연이은 막말을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막말과 사과가 여전히 반복된다”며 “막말은 미움에서 나온다. 미움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미움의 정치 청산’ 행보를 놓고 중도층으로 당의 지지 외연을 넓히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 위원장과 달리 민주당에서 이해찬 대표가 통합당을 향해 ‘토착왜구’라고 하거나 윤호중 사무총장이 황 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를 ‘돈키호테’에 비유하는 등 공격적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표나 윤 총장 등이 거친 발언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만족하고 이 위원장의 포용적 발언은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효과를 내는 의도된 강온전략으로 분석된다.

이 위원장이 포용적 태도로 거친 말이 오가는 선거전에서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은 총선 뒤 대선 행보도 고려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총선을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당내 대선주자를 부각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 만큼 당내 유력 대선주자에 불필요한 정치적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역시 민주당을 향해서도 ‘미움의 정치 청산’을 거론하며 총선 뒤 대선행보를 의식하는 듯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그는 9일 종로구 내자동에서 유세를 하며 “민주당에 말씀드린다. 설령 야당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인내심을 지니고 항상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의 고통 앞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겠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