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에 '사막화 방지 총회' 향한 관심 높아져, 지원 확대 논의 탄력

▲ 17일(현지시각)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제17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열리고 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 이상고온 현상에 가뭄이 빈발하면서 유럽연합(EU),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들의 토양 황폐화 대응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른 문제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유엔 사막화 방지 총회'를 통한 관련 지원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각)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제17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COP17)'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가디언, 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총회가 여느 때보다 큰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발생한 극한 고온 현상에 세계 각지에서 가뭄 피해가 커지면서 주요국들 사이에서는 토양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야스민 푸아드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사무총장은 가디언에 "이번 협상과 관련해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막화 방지 논의는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엘니뇨로 인한 극한 가뭄 확산에 약 5천만 명이 추가로 극한 기아 상태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됐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일대 해역 수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기온이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이 더 많이 찾아온다.

세계기상기구(WMO),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세계 주요 기상 기관들은 동태평양 수온이 2도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를 '슈퍼 엘니뇨'라고 따로 분류하고 있다. 슈퍼 엘니뇨가 나타난 해에는 전례없는 수준의 폭염, 가뭄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동태평양 일부 해역 수온은 4도 이상 높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피해 규모도 전에 비할 바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은 올해 5월부터 발생한 극한 폭염 여파에 라인강, 다뉴브강 등 주요 하천들의 수위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로이터의 올해 6월 보도를 보면 중국은 최근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한 탓에 남서부 일대의 밀 생산량이 급감해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JP모건 등 시장분석기관들에 따르면 중국의 밀 수입량 증가는 국제 밀 선물 시세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같은 일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이번 사막화 방지 총회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토양 황폐화 대응은 가뭄 대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극한 가뭄에 '사막화 방지 총회' 향한 관심 높아져, 지원 확대 논의 탄력

▲ 11일(현지시각) 독일 벤도르프 인근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강 바닥이 드러나있다. <연합뉴스>

제시카 로스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환경·물 회복력 및 경쟁력 있는 순환경제 위원은 17일(현지시각)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여름은 가뭄과 물 부족이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줬다"며 "우리는 가뭄 비상 사태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회복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17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이번 총회에 대규모 대표단과 기술진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국제 초지의 날'을 제정해 토양 황폐화 대응을 향한 의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도 전개하기로 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도 같은 날 “중국은 사막화 방지에 관한 국제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 직접 참석한 오사마 파키에하 사우디아라비아 환경부 차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토양 황폐화와 가뭄은 식량, 물 안보, 기후 회복력 등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의 복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올해 총회의 핵심 의제는 2024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제16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COP16)에서 합의된 120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 사막화 대응 기금 설립 및 운용 계획이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토양 황폐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기금 규모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누적 약 2조6천억 달러(약 3670조 원)가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참여국들에 기금 규모 확대를 계속 요청해왔으나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른 환경 문제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유엔기후변화협약은 2024년부터 약 1천억 달러(약 141조 원) 규모 '손실과 피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유럽연합, 일본, 노르웨이 등 선진국들은 2024년에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통해 기후대응 재원 규모를 3배인 3천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이 약속받은 재원보다 수십 배는 더 큰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가디언은 올해부터 바뀐 주요국들의 태도로 인해 유엔사막화방지협약 관련 지원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더구나 올해 1월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유엔사막화방지협약에는 잔류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릴리 맥스웰-르윈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커먼랜드' 책임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의 핵심 요구는 기후대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의 자금 지원"이라며 "부유한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들의 토지 복원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