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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수 한국경제인협회 AI혁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출범회의에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다만 GS그룹은 전통산업인 정유업황에 실적이 크게 흔들렸고 AI와 관련한 이렇다고 할 새 사업도 다지지 못하며 재계 순위도 2년 연속 10위에 머물렀다.
허 회장은 최근 새 먹거리로 AI데이터센터 사업을 점찍고 그룹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재계 순위 10위에 고착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새 도약을 이룰지 관심이 모인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공고를 보면 재계 순위 10위 GS와 9위 농협 사이 공정자산 총액 차이는 올해 3조810억 원으로 지난해(7420억 원)보다 늘었다.
GS가 지난해 농협에 9위를 내준 뒤 공정자산총액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공정자산은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자산 규모를 따질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제조업이 아닌 보험사 같은 금융 계열사는 전체 자산이 아닌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을 쓴다.
또 GS는 2년 연속 매출이 많이 줄어든 기업집단 상위 3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2025년과 2026년 모두 ‘유가하락’을 원인으로 짚었다.
GS그룹 전체 재무제표가 주력 계열사인 정유사 GS칼텍스의 변동성에 출렁인 것이다. GS그룹 지주사 GS는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장부가 기준 GS에너지의 비중은 58%(3월 말 기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허태수 GS 회장은 그룹의 재계 서열 고착화를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GS의 재계순위는 허 회장이 취임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8위를 유지했으나 2024년 9위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10위까지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주요 원인으로 정유사업 의존도가 높고 이외에도 유통과 건설 등 업황에 민감한 산업을 중심으로 G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짜여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런 만큼 허 회장은 재계 핵심 화두이자 새 먹거리로 떠오른 AI에서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그룹 벤처 투자 거점인 GS퓨처스·GS벤처스를 통해 발굴한 AI 스타트업이 모인 자리에 참석해 업계 현황을 살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AI시장을 이끌면서 기업과 기업 사이 합종연횡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대 연례행사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를 방문했다.
허 회장은 4월 AI스타트업 행사에서 “GS그룹은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으로 함께 신사업을 개척할 수 있다”며 “벤처 스타트업은 기존 비즈니스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도전하고 있고 그 도전 속에는 신사업 기회도 존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이전부터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새 사업 기회를 찾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과거 LG증권에서 인수합병 및 기업금융(IB)사업 등을 맡은 이력을 배경으로 꼽았다.
▲ 허태수 GS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그룹이 투자한 AI 기술 스타트업과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GS >
GS는 2020년 3월 허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면서 “LG투자증권 IB사업부 총괄상무와 GS홈쇼핑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경영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GS그룹의 포트폴리오 개선 및 질적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에 따라 GS그룹 수장에 오른 뒤 한때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GS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2021년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국내 보톡스 1위 기업 휴젤 인수가 대표적이다.
다만 AI 산업 관련 승부수는 그룹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먼저 찾으려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맞춰 AI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전문가인 허 회장은 그룹 내 기존 주력 사업을 결합해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 확실한 수익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 대규모 시공이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건설과 에너지, 정유를 주력으로 삼아온 GS그룹의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현재 GS건설의 시공 역량과 GS동해전력의 에너지, GS칼텍스의 데이터센터 냉각 등 그룹의 역량이 AI데이터센터 사업에 모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GS그룹은 GS 아래에 신설 법인 ‘GS AI인프라’를 만들었고 지난 7월 초 공시를 통해 2028년까지 동해에 1.2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2단계에서는 이를 아시아 최대급인 2.4GW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초기 데이터센터 건설에만 약 30조 원이 투입되며 총 투자 규모는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S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이 2026년 80조 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허 회장이 역대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현재로서 허 회장의 구체적 행보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GS건설이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타임라인을 고려하면 올해 말 AI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허 회장은 새 트렌드에 민감히 반응하며 변화를 강조해 온 경영자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워낙 AI를 강조해 재계에서는 ‘AI 전도사’로도 꼽히며 지난해에는 한국경제인협회 초대 AI협의체 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구성원은 그동안 AI를 도구 삼아 수많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고 그 시도는 점차 현장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가 쌓은 현장 중심의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하고 외부 기술 기업과 과감한 파트너십으로 비즈니스 임팩트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