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27년 금융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서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종룡 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배포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새로운 경영전략이 아닌 오랫동안 이어온 금융의 사회적 역할의 연장선으로 재해석했다. 
 
우리금융 ESG 서사 바꾼 임종룡, '127년 헤리티지'로 생산적금융 힘 싣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127년 금융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의 출발점을 그룹의 역사와 금융의 본질에서 찾으며 생산적 금융을 그룹의 정체성과 연결한 것인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임 회장의 헤리티지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발간된 우리금융그룹의 ‘2025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예년과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그룹의 127년 금융 헤리티지’를 강조한 점이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보고서 첫머리에 배치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부터 드러난다.

임종룡 회장은 CEO 메시지에서 “우리금융그룹이 추구하는 ESG 가치의 출발점에는 127년 전 우리은행 창립 이념인 ‘화폐융통은 상무흥왕의 본’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금융을 통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던 이념은 오늘날 ‘금융을 통해 우리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ESG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폐융통이 상무흥왕의 본(貨幣融通은 商務興旺의 本)은 자금 융통이 상업과 산업발전의 근본이라는 뜻으로 우리은행의 전신이자 우리금융그룹의 뿌리인 대한천일은행의 창립정신이기도 하다.

2023년과 2024년 지속가능보고서의 임 회장 메시지가 기후위기 대응과 지배구조 개선, 상생경영 등 ESG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에 발간된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우리금융그룹 헤리티지’ 목차도 새로 추가됐다.  

우리금융은 헤리티지 섹션에서 대한천일은행의 창립 이념이 현재의 ESG 비전으로 고스란히 계승됐음을 설명하며 127년간 이어온 금융의 책임이 곧 우리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금융 헤리티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이 같은 창립 정신을 바탕으로 산업과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오늘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으로 이어지는 가치로 해석했다.

ESG의 출발점을 환경 보호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서 찾은 셈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갖춘 뒤부터 127년 역사와 전통을 그룹의 핵심 브랜드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가수 아이유를 활용한 헤리티지 강조 광고영상 제작, 서울 중구 본점 지하 1층 은행사 박물관 재개관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우리은행의 ‘100년 점포’를 선정하고 헤리티지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역사와 전통을 브랜드 경쟁력으로 내세웠는데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핵심 금융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의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ESG 서사 바꾼 임종룡, '127년 헤리티지'로 생산적금융 힘 싣는다

▲ 우리금융그룹 지속가능보고서 새롭게 추가된 ‘우리금융그룹 헤리티지’ 목차. 


임 회장은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는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미래전략산업 등 실물경제 분야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우리금융그룹의 프로젝트다.

향후 5년 동안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분야에 90조 원을 투입한다.

임 회장이 이제 막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는 점도 헤리티지 마케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해 올해 3월 3년의 첫 임기를 마쳤다. 첫 번째 임기 중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잡은 성과 등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고 3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임 회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127년 역사 속에서 우리금융그룹은 금융의 역할과 책임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앞으로도 우리금융은 축적해 온 신뢰와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금융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혁신하며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