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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용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장이 마리나베이파이낸셜센터 타워2 13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은행>
2015년 차장으로 싱가포르에 파견됐던 주재원 시절부터 발로 뛰면서 고객을 만나고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오며 얻은 별명이다. 중간에 잠시 한국 본사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2024년 초 다시 싱가포르로 와 이번에는 지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양 지점장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데도 오랜 기간 싱가포르에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굉장히 넓은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가 마당발로 불리는 이유를 귀뜸해줬다.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 내부에서도 “양 지점장은 작은 영업 기회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씨를 많이 뿌리는 스타일"이라며 “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영업에 열심이지만 내부통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 준수에 더욱 ‘진심’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함께 일하는 선진 자본시장, 싱가포르의 엄격한 규제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용 지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에 부임한 뒤 영업 경쟁력 강화와 내부통제를 주요과제로 추진했다”며 “금융회사는 영업성과와 더불어 고객과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마리나베이샌즈 인근 마리나베이파이낸셜센터에 위치한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 모습. 벽면에 우리금융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상화한 세계지도 이미지가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은 싱가포르에서 한국 기업 대상 종합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역외금융, 무역금융, 투자금융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무역금융은 이 가운데 특히 힘을 싣는 영역이다.
양 지점장은 "무역금융 부문에서는 한국계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의 수출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싱가포르지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무역금융 역량을 꼽았다.
싱가포르는 금융허브이면서 동시에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7%를 차지한다.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 정밀화학, 항공정비(MRO)산업이 발달해 있고 세계 최대 수준의 항만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환적항이자 세계 2위 컨테이너 항만이다. 환적항은 세계 각국의 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실어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물류 허브를 말한다.
2025년에도 해운기업 35곳이 싱가포르에 사업장을 새로 열거나 확장하면서 현재 200개가 넘는 국제 해운그룹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다.
금융과 산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 속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수출입 금융 수요도 꾸준히 발생한다.
양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해운과 원자재 트레이딩, 항공금융, 인프라 등 실물산업과 금융이 매우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단순한 금융 중심지를 넘어 글로벌 자금과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지점장은 투자금융에서도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투자금융 영역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금융주선 역량 강화, 신규 투자금융 계약 소싱 등을 통해 한국계 은행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싱가포르를 동남아 금융허브로 활용해 우리금융의 글로벌 기업금융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 지점장은 "우리은행은 동남아를 글로벌 성장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싱가포르지점은 이런 전략의 중심에서 자금과정보, 인력, 디지털 역량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아시아 전역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 한쪽에 2025년 12월 지점을 방문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왼쪽 사진은 같은 해 9월 싱가포르지점을 방문한 정진완 우리은행 행장과 직원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적극적 영업을 통한 사업 확장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다.
양 지점장은 2024년 싱가포르지점장으로 온 뒤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를 핵심 경영 과제로 추진해 왔다.
싱가포르는 금융정책과 감독이 일원화된 체계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중앙은행과 금융감독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싱가포르통화청은 규정 위반 사항에 관해서는 수개월이 지나도 다시 점검하고 모니터링할 정도로 감독 강도가 높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영업만큼이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한 시장인 셈이다.
양 지점장은 "리스크 관리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최근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들로부터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의 컴플라이언스 수준과 내부통제 체계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은 1980년 10월28일 문을 열었다. 올해로 46년째 운영되고 있는 우리은행의 대표적 해외 거점이다.
현재 지점 인력은 주재원과 현지 직원을 포함해 약 40명 규모다. 여기에 최근 신설된 아시아지역본부와 아시아IB센터, 싱가포르심사센터 인력까지 더하면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우리은행 인력은 50명을 넘어선다.
사업 확장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금융지구에 위치한 마리나베이파이낸셜센터 빌딩들. 이 일대에는 글로벌 은행과 자산운용사, 투자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양 지점장은 1976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근무하며 현지 금융시장 경험을 쌓았다. 한국 본사 자산관리사업부 부부장과 부장을 거친 뒤 2024년 1월 싱가포르지점장으로 돌아왔다.
국제공인 자금세탁방지전문가(ACAMS)와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