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센터 154곳 '기후위험' 지역에 건설 중, 한국도 위험 대비 시급

▲ 미국 오하이오주 타운쉽에 위치한 메타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뒤로 노을이 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 데이터센터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심각한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한국 데이터센터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데이터센터 154곳이 기후변화 고위험군

18일(현지시각) 물리적 기후 리스크 분석기관 ’상호의존성이니셔티브(XDI)‘는 ’계획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기후위험 및 대응력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XDI는 전 세계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데이터센터 2595곳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놓고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2595곳 가운데 154곳이 2026년 기준으로 기후위험이 높은 지역에 계획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를 저술한 칼 멜런 XDI 과학기술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 자본의 상당 부분이 이 분야(데이터센터)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 처리된다면 엄청난 손실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데이터센터 154곳 가운데 69곳은 북미 대륙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에 위치한 곳이 45곳, 동아시아는 12곳이었다.

데이터센터들이 기후위험이 높은 곳에 건설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영국 데이터센터들의 물리적 위험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데이터센터들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기후 변화에 따라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홍수와 폭풍으로 인한 침수가 꼽혔다.

◆ 한국 위험도는 조사 대상 25개국 중 8위

XDI는 한국을 데이터센터의 기후위험이 높은 국가로 분류했다. 분석 대상 국가 25개국 가운데 한국은 8위를 기록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한국 데이터센터는 27곳으로 이 가운데 6곳(22%)이 기후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XDI는 2100년까지 기후위험에 처한 데이터센터가 현재보다 1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단위로 보면 한국 데이터센터들이 겪는 기후위험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광역행정구역별 순위로 보면 서울-경기권의 기후위험 순위가 4위로 나타났다.

주요 위험 요인은 하천 범람에 따른 침수로 지목됐다. 폭염 위험도는 2026년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장기적으로 기온이 오르면서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같은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계획하고 건설하는 단계에서부터 ‘복합 기후 리스크 평가’를 의무화하여 극한의 기후 시나리오하에서도 시설의 기능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154곳 '기후위험' 지역에 건설 중, 한국도 위험 대비 시급

▲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시 시내가 허리케인이 동반한 비와 해안 해일에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 주변 인프라까지 고려한 위험 경감 조치 시급

XDI는 기후변화가 데이터센터 주변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한 간접 위험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봤다.

XDI는 “데이터센터는 자체 설계와 별개로 주변 인프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운영상 영향을 받는다”며 “폭염으로 인한 전력망 부하, 냉각수 부족 등 간접 위험이 겹치면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분석 결과에 간접 위험 결과까지 반영하면 위험군에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수가 최대 10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데이터센터 자체의 기후적응 설계를 넘어 주변 인프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적, 사회적 기후적응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MSCI에 따르면 실제로 이같은 상황 때문에 영국에서는 기후적응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영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 및 중견 기후적응 솔루션 제공업체들의 이익은 2026년 5월 기준으로 2024년 1월 대비 평균 65% 증가했다.

XDI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기후위험이 높은 지역을 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맬런 책임자는 “기존 인프라와 달리 데이터센터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기후위험을 회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입지 선정부터 설계기준과 기후위험에 대응한 투자 결정은 향후 성능, 보험 가입 가능성, 운영 연속성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