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이 인공지능(AI)을 핵심 성장 축으로 삼고 조직과 인재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게임을 넘어 AI와 로보틱스 등 새로운 기술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점차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크래프톤 공격적 'AI 인재' 전진 배치, 장병규 AI·로봇 사업 확장에 무게 실어

▲ 이강욱 크래프톤 AI 본부장(사진)이 크래프톤의 초대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에 지난 23일 선임됐다. <크래프톤>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AI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직책을 신설하고, 이강욱 AI 본부장을 초대 CAIO로 선임하며 AI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사내 CAIO 직책을 신설한 것은 크래프톤이 처음이다. 

이강욱 신임 CAIO는 분산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로 2022년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에 합류한 이후 AI 본부장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C레벨 임원으로 격상되며 연구개발과 기술 전략을 총괄하게 됐다.

이번 개편은 크래프톤이 지난해 ‘AI 퍼스트’ 전략을 선언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인사 개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AI를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방향성을 인사와 조직 구조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지컬 AI 역량 강화도 구체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로보틱스 연구를 위한 별도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이강욱 CAIO가 국내 법인 대표를 겸임하도록 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자율 시스템이 실제 물리세계에서 직접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 기술이다. 크래프톤은 게임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물리적 환경으로 확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AI 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논의하고 있고, 지난해 말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생성형 챗봇팀 출신 곽동현 리드가 합류하는 등 관련 인력과 연구 규모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경영진 의지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

장병규 의장은 2020년 렐루게임즈의 기반이 된 ‘스페셜 프로젝트’를 본인 직속으로 배치해 진행하는 등 AI 가능성을 일찍부터 탐색해왔다. 렐루게임즈는 AI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게임 자회사다. 

김창한 대표도 딥러닝본부 초기 조직구성 단계부터 참여하며 AI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왔다.
 
크래프톤 공격적 'AI 인재' 전진 배치, 장병규 AI·로봇 사업 확장에 무게 실어

▲ 크래프톤의 서울 강남구 본사 사옥 모습.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2020년대 초부터 AI 기술 확보에 주목해왔으며, 지난해에는 AI를 회사 경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현재는 NHN클라우드와 계역을 체결하고, 약 1천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경영 전략에서도 AI 기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리더급 기술 인재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온에서 AI 전략을 총괄했던 임경영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올해 영입해 AI 전환 헤드(VP)로 선임했다.

이강욱 CAIO가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면 임 VP는 전사적 AI 전환 전략을 총괄한다. 지난해 말에는 넷마블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설창환 본부장도 합류해 AI 기반 게임 개발 역량 고도화를 맡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와 클라우드, 로보틱스를 결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사업 조직에 AI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는 등 산업 전반에서 기술 중심 전략이 강화되는 추세다. 크래프톤 역시 게임사를 넘어 기술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단일 지식재산(IP) 의존도가 높고, 피지컬 AI와 같은 중장기 연구 성과는 단기간에 실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글로벌 게임사들이 이용자 반발을 고려해 AI 활용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 AI 전환 전략을 게임 이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강욱 CAIO는 "크래프톤은 AI를 인간과 창작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성을 넓히는 도구로 여긴다"며 "게임이라는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AI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장기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