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지난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준석 당선인, 다음 대선 나갑니까? 이 얘기는 너무 빠른가요?“라는 질문에 ”다음 대선이 몇 년 남았지요?“라고 되물었고 진행자가 ”3년이요“라고 답하자 이 대표는 ”확실합니까?“라며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예고했다.
그는 “개혁신당은 범여권이 아닌 선명한 야권”이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통령 탄핵보다는 대통령 임기 단축을 시사한다”고 진화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도발적 언행으로 볼 때 향후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이처럼 이 대표가 야권정당을 공언했지만 그의 보수적 정치성향으로 볼 때 야권의 대표주자인 민주당과도 쉽게 섞이기 어려운 존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이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것을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의 공천과정에 대해서도 지난 3월4일 “가관이다. 이재명 대표의 ‘나 혼자 산다’ 공천은 둘째 치고 급기야 진보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선거를 앞두고 왼쪽 낭떠러지로 질주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공약들 역시 진보적 성향이 많은 민주당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는 먼저 여성가족부 폐지를 중심으로 한 젠더 이슈를 정치 의제로 이끌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 2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와 유엔개발계획에서 발표한 성불평등 지수에서 세계 10위 아시아 1위를 달성하는 등 업적을 세웠지만 남녀 갈등 조장, 예산 낭비, 무능한 행정이 드러나 이제는 시효가 다 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인데 이번 4월 선거가 여가부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마지막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구나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당선된 이주영 당선인은 지난 3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에서 “본인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고 요행과 부당한 배려를 기대하게 만들고 결과에 승복하는 연습의 기회를 잃으며 결국 사회에서 준비되지 못한 자로 남겨지게 된다”며 여성 비례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대목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결을 같이한다. 반면 여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민주당은 이와 같은 젠더 이슈에 대해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부처 폐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정부·여당의 여성가족부 무력화와 대안 없는 폐지는 만연해있는 차별과 배제, 혐오를 방치하겠다는 메시지”라며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운운하기 전에 국민을 통합하고 차별과 불평등, 폭력 없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여성 군복무 등 찬반이 첨예안 사안을 공약으로 가져와 제3지대 내 갈등의 증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개혁신당의 두 당선인들은 개혁신당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 남성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민의힘과 민주당 거대 양당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개혁신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라 이준석 대표와 결을 같이해 개헌 시도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내에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더구나 6선의 고지에 오르게 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대표를 맡았던 2023년 당시 “권력구조를 비롯한 여러 개를 같이 설계해야지 대통령 중임제만 하는 것은 임팩트가 없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재선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실상 3년 단임제로 끝나서 5년 단임제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11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의 '정치를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결선 투표 역시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를 역임하던 지난해 9월 ‘원포인트 개헌’을 국민의힘에 제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개혁신당의 자신들의 주요 공약을 입법 과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거대 양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혁신당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 총 3석 밖에 얻지 못해 법안 발의 요건인 10석를 자체적으로 채울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당과 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각 정당의 주요 인물들과도 사이가 원만하지 못해 험로가 예상된다.
게다가 원내3당의 위치를 자치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도 선거 과정에서 날을 세운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은 우리 정치가 나빠진 원인이라기보다는 최종적인 증상에 가깝다”며 “개혁신당은 상대 진영을 향한 ‘묻지마 죽창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원내 1당부터 3당까지 모두 원만하지 못한 관계를 가졌던 이 대표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 앞으로 존재감을 높여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합산 의석이 187석으로 윤 대통령의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내부 '비윤(비윤석열) 세력'뿐 아니라 이준석 대표와도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