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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 경제, 인플레 경기침체 금융위기 다 잡나

정의길  egil@hani.co.kr 2023-08-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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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 경제, 인플레 경기침체 금융위기 다 잡나
▲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023년 7월26일 한 직원이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미국 연준이 전날인 7월26일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했음에도 미국 다우존스 지수 등은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갑자기 높아졌다. 지난달 26일 미국 연준의 금리 추가인상을 전후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기확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부풀고 있다.

지난 7월26일 연준은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는 5.25~5.50%로 22년 만에 최고가 됐다. 또, 연준은 금리를 추가 인상할 여지도 남겨놓았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5개월 동안 10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무려 5%포인트나 인상했다. 이같은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지난 1970년대 말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 시절을 제외하고는 유례를 연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연준이 금리를 이렇게 올린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컸기 때문이고, 이런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도이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월 정례 정책회의에서 오랜만에 금리인상을 건너 뛰었던 연준이 7월에 다시 인상으로 돌아섰음에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려보다는 희망이 터져나왔다.

하루 뒤인 2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기대보다도 좋은 연율 2.4%를 기록하는 등 연준의 금리인상을 전후해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4% 성장률은 미국 경제의 장기 추세 성장률인 1~2% 보다도 좋은 성적이고, 1분기의 2%보다도 개선됐다.

무엇보다도 금리인상이 타켓으로 삼은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졌다. 가격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값을 제외한 근원물가인상률이 3.8%로 떨어졌다. 이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2%대에는 못미치나, 지난 2년 동안 최저이다. 

‘경제의 연착륙 여부를 보려면, 고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고용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실업률은 지난 7월10일 발표로 보면, 3.6%이다.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4월에 3.4%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아 여전히 호조세를 이어왔다. 연준이 지금까지 10차례나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잡으면서도 고용을 해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기업들도 정리해고나 고용 축소 대신에 기존의 종업원들을 유지하려는 경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기업인 애플이 이런 추세를 선도한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나는 정리해고를 마지막 대피처라고 본다”며 “(정리해고를) 안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는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른 방법으로 비용을 관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비용을 빡빡하게 관리하면서 일부 분야에서 채용을 축소한 반면 다른 분야에서는 고용을 늘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670개의 유력 중소기업주를 조사한 결과, 7%만이 올해 인력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지난 2007~2009년 금융위기 등 불황이 덮칠 때마다 정리해고의 칼을 빼드는 문화가 팽배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더믹이 시작돼 경기가 붕괴됐을 때도 기업들은 예전처럼 고용축소로 대응했다.

하지만, 정부의 돈풀기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살아나고 고용을 다시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큰 대가를 치렀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력이 줄어든 데다 신규 고용자들의 훈련에 큰 비용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큰 고용 축소보다는 다른 방식의 비용 관리를 선호하는 양상이다.

연준은 노동시장 과열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고용 축소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고용 축소는 경기침체로 가는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데다, 우려되던 이런 고용 축소가 현실화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경기침체를 피하는 경기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27일 금리인상을 결정한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어떤 실질적인 비용를 치르지 않고 인플레이션 완화의 축소를 보고 있다”며 “이는 정말로 좋은 일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높은 수준의 일자리 손실과 정말로 현저한 경기하강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파월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려온 정례회의 뒤 회견에서 밝힌 것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톤이다.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 경제, 인플레 경기침체 금융위기 다 잡나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7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가 없이 연착륙해서 경기확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12번의 경기확장과 13번의 경기침체를 교차하며 겪었다. 1981년까지 경기확장의 기간은 평균 3.7년이었다. 통상 경제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야기해서 연준이 이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종식됐다.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로 인한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침체와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다. 1981년에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은 금리를 단번에 4%포인트 인상하는 일을 시작으로 무려 20% 수준까지 올리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 이후 인플레이션은 장기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면서, 1981년 이후 4번의 경기확장 기간도 6~11년으로 늘었다. 평균 8.6년이었다. 1981년 이후 경기확장기는 예전처럼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금융경색 사태로 종결됐다. 2001년 닷컴버블이나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이 경기확장을 끝내고 경기침체를 불렀다.

현재로서는 향후 6개월 내에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이는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경기확장이 현재 4년째를 넘어서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만약 경기침체가 없다면, 경기확장은 1981년 이후의 패턴처럼 앞으로 4년 정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기대이다.

11년 동안 지속되다가 2020년 2월에 끝낸 경기확장기는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가 아니라 코로나19 팬더믹과 그에 따른 록다운 사태로 끝난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더 지속될 수 있었다. 또 불과 2개월 만에 각국의 유례없는 돈풀기와 현금 살포 지원으로 경기가 살아나 과열될 정도로 치닫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했다.

그럼 2020년 4월 이후부터 시작된 현 경기확장은 1981년를 전후한 두 패턴 중 어디를 닮은 것인가? 긍정적인 것은 경기확장을 중단시킨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위기가 모두 진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말한대로 일단 진정 중이고, 급한 고금리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도 어느 정도 제어됐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 은행 등 미국 지방은행 파산 사태가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은행 파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전염은 방지됐다. 미국 지방은행 파산 사태는 일종의 예방주사 역할을 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 경제는 평균 8년 이상 지속된 1981년 이후의 경기확장기를 다시 구가하면서도, 우려되던 금융위기 사태를 피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놓고 결의가 확고하고, 능력도 향상된 연준의 금리인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팬더믹 사태와 겹쳐진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의 속성이 예전과는 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맞선다. 이는 팬더믹 초기 정부의 돈살포 때부터 시작된 논쟁의 연장선상이다.

즉,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보수적이고 주류 쪽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돈살포 등 완화된 통화정책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은 심각하고 장기화될 수 있다며, 금리인상 등 통화수축 정책을 동원해 막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로 대표되는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팬더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공급망 혼란이 해결되면, 진정될 것이라며, 과도한 금리인상에 반대했다.

논쟁의 1라운드에서는 서머스가 승리했다. 그가 말한대로 인플레이션 사태는 심각하고,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등 장기화됐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크루그먼이 승리할 공산도 커졌다. 과도한 금리인상에도 경기나 고용이 침체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적어졌기 때문이다. 즉,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가 통화팽창으로 인한 과도한 수요 때문이 아니라, 공급망 교란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더믹 초기에 신형 자동차나 중고 자동차 가격 폭등 사태 등은 공급망 교란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팬더믹 초기 중국의 록다운으로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자, 자동차 출하가 막혔고, 이에 중고 자동차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들어 자동차 생산은 연율로 20%나 증가했고, 자동차 부품 가격들도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이는 자동차 가격 폭등이 과도한 수요보다는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것임을 보여준다.

현재 고용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소비도 양호한 편임에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연준이 지난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5%포인트나 인상한 금리가 오히려 앞으로는 경제에 질곡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준의 금리인상은 마무리된 지 1~2년 뒤에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 연준은 1994~95년에 7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3.25%에서 6.0%로 올렸다. 경기는 연착륙하는 듯 했으나, 1997년에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후폭풍이 발생했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이미 1994년에 멕시코 외환위기로 그 전조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연준은 2004년 중반부터 2005년 6월까지 1년 동안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끌어올려 기준금리 3.25%로 올렸다. 이는 2007년부터 서브프라이모기지 사태라는 집값 버블 폭발을 낳아서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금리인상 지체 효과로 미국 증시가 올해 4분기 들어서는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추락했던 미국 등 세계 증시가 회복되다가 최근 한 달 동안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소시에테제네랄(SG)는 지난 7월17일 보고서에서 “증시 강세 모멘텀은 3분기까지 계속되겠지만 4분기에는 금리 인상의 지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사 연준이 향후 몇 년 동안 경제를 침체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다고 해도, 이는 집행유예에 불과하고 이것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경제와 증시는 항상 불안을 먹고 성장하고, 낙관이 지배할 때 결국 파국의 시작이라는 격언은 현재의 상황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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