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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3-05-3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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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시장 개척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가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개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캄보디아 글 싣는 순서
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② 프라삭 김현종 “KB캄보디아은행과 인도차이나 선도기업 도약”
③ 우리은행 김홍주 “캄보디아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은행”
④ 신한은행 김남수 “일상을 이끄는 강한 은행, 디지털로 기반 확보”
⑤ JB금융 이진규 “우리의 힘은 개인예금, 은행업무를 쉽게 만든다”
⑥ KB대한특수은행 이상인 “자동차론에서 리스로 확대, 제2도약 준비”
⑦ IBK기업은행 장영규 “위기는 기회, 내실경영으로 지속성장”

[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 캄보디아 프놈펜 중심지를 가로지르는 가장 번화한 도로인 모니봉 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은행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은행 사이로 국내 금융회사도 자리를 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프놈펜=비즈니스포스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지를 가르는 모니봉 거리. 캄보디아 금융타운을 통과하는 번화가 답게 건물마다 들어서 있는 은행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프놈펜 시내 곳곳을 걸어보니 은행 영업점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눈에 띄었다.

구광희 캄보디아우리은행 부부장은 모니봉 거리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고도 경제성장의 대표적 상징물인 경부고속도로에 빗대기도 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의 감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캄보디아에는 59곳의 상업은행과 9곳의 특수은행, 5곳의 수신 가능 소액금융기관, 82곳의 비수신 소액금융기관, 16곳의 리스사 등 170여 개의 금융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캄보디아 상업은행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계 에이비에이은행과 그 뒤를 쫓고 있는 중국계 카나디아은행, 아클레다은행의 점포는 모니봉 대로변에서 빈번하게 마주쳤다.

이들 금융회사 사이사이로 반가운 은행 간판들도 볼 수 있는데 바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과 같은 국내 금융회사 지점들이다.    
 
[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 캄보디아우리은행 지점은 톤레삽 강이 바라보이는 프놈펜 왕궁 광장 앞 한 켠에도 자리잡고 있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이 지점별로 추진하고 있는 재단장 사업에서 가장 우수한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외국계 금융사의 천국 캄보디아, 유치 비결은 ‘달러’

캄보디아는 인구 약 1700만 명, 1인당 GDP는 약 1600달러 수준으로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가장 가난한 나라에 꼽힌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이 캄보디아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못지않게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러라이제이션’에 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가 자국 통화의 기능을 완전하게 대체했거나 자국 통화와 함께 사용되는 현상을 말한다.

캄보디아에도 자국 화폐인 리엘화가 있으나 달러의 보조화폐로 여겨진다. 물건을 살 때 거스름돈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캄보디아의 달러라이제이션은 상당해 현지 유동성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화폐개혁에 실패하고 다양한 정치적 내홍을 겪으며 캄보디아의 달러라이제이션은 심화됐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달러화 사용은 금융회사에 매력적 요인이 됐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화폐가 평가절하되거나 통화가치가 급락했을 때 회사들이 돈을 쉽게 잃을 수 있는데 달러를 공용통화로 사용하면서 외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예대마진과 외환 거래의 제한이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점도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매력도를 한층 높였다.  

이상인 KB대한특수은행 법인장은 “현지법인으로 들어오면 몇십 년은 있어야 하는데 금융사 입장에서 캄보디아가 달러를 사용해 외환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 금융회사들은 캄보디아에 상업은행을 포함해 소액대출금융기관 등 다양한 형태로 진출해 있고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1992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한국의 캄보디아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 부문 투자액은 전체 누적 투자액 47억7800만 달러 가운데 46.7%에 해당하는 22억3500만 달러에 이른다.
 
[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최근 모바일 플랫폼인 캄보디아 쏠(SOL)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신한캄보디은행 프놈펨 본점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다가오는 위기, 캄보디아 진출 금융사 옥석가리기 시작 돼

“내년까지는 힘들 수 있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직원들은 입을 모아 향후 캄보디아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투자금이 줄면서 캄보디아 경제의 회복이 더뎌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던 것도 캄보디아로 들어오는 달러화의 물줄기를 메마르게 했다.

김남수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달러 금리가 너무 올랐다”며 “대출이 고정금리인 시장인데 조달금리가 올라간다고 대출금리가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화 돈줄이 마르자 올해 들어 연체율은 달마다 30~40bp(1bp=0.01%)씩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2023년 4월 말 기준으로 금융권 연체율은 4.45%로 집계됐다. 3월과 비교해 한 달 만에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캄보디아 경기상황 탓에 국내 진출 금융사들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B캄보디아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20억97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52.38% 줄었다.  

올해 1분기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91% 감소한 130억8300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캄보디아은행도 올해 1분기 39억1400만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1분기보다 43% 줄었다.

금융회사들은 7월에 열리는 캄보디아의 국회의원 선거도 실적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았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1985년부터 재임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역사적으로 정치적 격변을 겪은 경험이 많아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투자 대신 관망세로 돌아서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캄보디아 경제상황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장기화할 경우 금융기관 사이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내 금융회사 주재원들의 전망이다. 과포화 상태로 평가되는 금융회사들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종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부대표는 “캄보디아 중앙은행의 큰 그림은 합병이다”며 “올해처럼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상황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 KB캄보디아은행은 2024년을 목표로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와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본점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 시장 캄보디아, 국내 금융사들의 분주한 행보 

“현재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구광희 캄보디아우리은행 부부장은 캄보디아의 경제가 좋지 못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바라봤다.

170여 곳에 이르는 금융회사들의 노력으로 정식 금융서비스를 요구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금융 인프라도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전자결제시장도 발달했다. 프놈펜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이온몰부터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동수단인 툭툭에서까지 큐알코드로 물건 값을 지불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이 같은 캄보디아 변화에 발맞춰 제각각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KB캄보디아은행은 2024년을 목표로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와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는 KB금융지주에서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한 소액대출금융기관이다.

KB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을 거쳐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맡고 있는 김현종 부대표는 통합 이후 새 은행의 역량은 캄보디아 1위 은행인 에이비에이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프라삭에 가진 경쟁력에 KB금융지주의 기술력을 더해 캄보디아의 선두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으로 전환된 지 2년째를 맞고 있는 캄보디아우리은행은 3년 안에 캄보디아 5대 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김홍주 캄보디아우리은행 법인장은 이를 위해 캄보디아 전국에 있는 140개의 지점들을 대상으로 재단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지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디지털 혁신을 앞세워 지속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김남수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은 모바일 플랫폼인 캄보디아 쏠(SOL)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1천 년 전에는 인도차이나반도를 호령하던 크메르 제국을 세운 나라다.

국력이 동로마 제국에 견줘지던 크메르 제국의 흔적은 이제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그 저력은 여전히 캄보디아 곳곳에 남아 있었다.

국내 금융회사 주재원들도 캄보디아 현지에서 찬란했던 앙코르와트 문명의 현대적 재건을 기대하며 K금융의 기회를 찾기 위해 분주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
 
[다시뛰는 K금융 캄보디아①] 달러 거래되는 은행의 천국, 적자생존 긴장감 고조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독립기념비에서 바라본 시내 고층빌딩들. 최근 5년새 프놈펜 시내에 빌딩들이 높게 올라섰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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