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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얻는 미국과 유럽의 '문단속', 수출중심 한국 경제 향한 우려 커진다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5-14 16: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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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얻는 미국과 유럽의 '문단속', 수출중심 한국 경제 향한 우려 커진다
▲ 미국과 유럽연합이 보호무역 질서를 강화할수록 수출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요외신 진단이 나왔다. 사진은 부산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박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주요국이 안보를 고려해 무역 규제를 늘릴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향후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만드는 새 무역질서에 수출중심 경제구조인 한국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 중앙은행은 최근 연구를 통해 세계 경제가 빗장을 걸어잠그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통상규제를 늘릴수록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미국이나 중국 등 대국보다 더 큰 GDP 감소율을 보인다고 예측했다.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무역 의존도는 높기 때문에 수출이 어려워지면 경제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GDP 대비 수출입액 비율은 1990년 53%에서 2021년 84.8%로 31.8%포인트나 늘어났다. 국제 무역질서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90년대 전 세계 시장을 개방하는 질서가 자리잡으며 한국 무역은 황금기를 맞이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90년대 소련과의 냉전이 종식된 뒤 글로벌 무역을 촉진하는 무역질서를 세웠다. 

국가들이 제품을 수출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율을 낮추고 특정 국가에만 차별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경제성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었기에 이런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국제 무역질서에 포함시킨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냉전시기 갈등을 빚었어도 서로 시장을 개방해 물건을 사고팔면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경제적 시각이 우선시됐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 무역질서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을 주 목적으로 육성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자유무역협정(FTA) 질서에도 발빠르게 대처해 주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활약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기준으로 한국은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전부 수백 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도 활발히 물건을 사고팔며 현지 지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누려온 자유무역 질서가 문을 닫고 세계경제 블록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산업에 필요한 재료부터 석유와 가스같은 에너지까지 각국이 주요 자원을 무기화해 경쟁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블록화의 사례로 들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제재 필요성이 생기자 러시아 최대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인 천연가스를 들여오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에너지 수요를 의존하던 유럽연합이 반대로 더 큰 경제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이 큰 경기침체를 겪지 않고도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췄다고 강조했다.

경제제재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향후 비슷한 선택을 반복해 보호무역 분위기를 강화시킬 공산이 크다. 

미국 바이든 정부 또한 환경보호와 경제안보를 요구하는 국내 여론에 발맞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했다. 

명백히 중국을 겨냥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향후 미국에 수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와 자원을 활용할 길이 좁아지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면서 추가적 비용 또한 부담해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입는 점도 한국 기업에 불리한 요소다. 

결국 한국은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472억 달러(약 63조3600억 원)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적자를 2022년 겪었다.

바뀐 무역질서에 수출기업과 한국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가 한국경제 성장의 향방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 로드릭 교수 분석을 인용해 “(보조금이나 경제제재조치와 같이) 하나의 통상정책으로 환경보호와 안보 등 다수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보도해 향후 미국과 유럽연합이 보호무역 기조에 변화를 줄 수도 있을 여지를 남겼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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