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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없던 일로, 정몽규 리더십 상처만 남아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3-31 16: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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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조치를 전면 철회했다. 하지만 리더십에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2023 아시안컵’ 유치부터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입성 등이 모두 불발된 데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서도 잡음을 겪었다. 여기에 뜬금없는 비위 축구인 사면조치 행보로 사방에서 뭇매를 맞았다.
 
축구협회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없던 일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47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몽규</a> 리더십 상처만 남아
▲ 설명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관한 사면 안건을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오후 4시 임시 이사회를 통해 징계 축구인 100명에 관한 사면조치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축구팬과 여론이 축구협회의 납득할 수 없는 사면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한체육회,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등 축구계에서도 이번 사안에 등을 돌리고 유감의 반응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사회 뒤 입장문을 통해 “승부조작 사건으로 받았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고 한층 엄격해진 축구팬들의 눈높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사전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인정하고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앞서 28일 발표했던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 징계자 100명에 관한 사면조치를 사흘 만에 없던 일로 뒤집으면서 이번 축구인 사면 논란은 그야말로 '촌극'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축구협회가 사면조치를 취소했어도 정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과 협회 운영 전반에 관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축구협회는 그동안에도 정 회장을 비롯한 ‘범현대가’ 재벌 오너들의 사유물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사례 역시 정 회장 개인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중심이 되는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 이사회 비상근 이사들 가운데는 사면조치 안건 자체를 모르고 참석한 이사도 여러 명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실제 대한축구협회는 자체 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에서 사면권의 발의를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유 권한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대한핸드볼협회 등 대부분의 종목단체들이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4대 비리는 사면과 복권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축구협회는 이런 규정도 없다.

대한체육회는 앞서 2020년 10월 승부조작·편파판정, 폭력·성폭력, 체육 관련 입학비리, 금품수수 및 횡령·배임 등 4대 비위행위는 징계 감경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정위원회 규정을 개정하고 각 회원종목단체에 공문을 보내 관련 내용을 고지했다.
 
대한체육회는 공정위원회 규정 제43조에서 각 회원종목단체와 회원시, 도체육회는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위원회 규정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 규정이 각 회원종목단체 규정보다 우선하고 해당 단체가 규정을 제·개정하지 않아 상이할 때에는 ‘반드시’ 체육회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는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체육인에 관한 사면 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수사기관에서 불송치,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징계를 받은 당사자가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정해 위원회 재심의를 통해 징계를 감경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자축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승부조작 등 스포츠 근본정신을 위배한 행위에 면죄부를 줬을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 공정질서를 흐렸다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협회는 30일 입장문에서 대한체육회가 사면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에 협회의 이번 사면조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가 뒤늦게 슬쩍 관련 내용을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상급기관의 공정위원회 규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문제고 관계자의 실수라 해도 협회 내부 운영체계에 관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공정체육실 관계자는 “회원단체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부분에서 체육회의 상위 규정을 따라야 하고 그 규정을 달리 운영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축구협회도 그 내용을 모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가 규정을 개정할 때마다 관련 내용을 통보하면서 개정 안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안과 별개로 지난해부터 축구협회에서 징계 사안에 규정을 잘못 적용한 건이 여럿 있어 축구협회에만 따로 규정 개정에 관한 공지도 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도 이에 구두로 체육회 규정에 따르도록 협의를 하겠다고 답변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면 시도와 관련해 권한을 지닌 정 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승부조작 사면 시도로 정 회장의 과거 발언도 무색해졌다.

정 회장은 K리그 역사의 큰 오점인 2011년 승부조작 사건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제 살을 깎는 듯 한 아픔이 있더라도 축구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모든 암적인 존재는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회장에 오른 뒤에도 승부조작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감독 선임절차가 정 회장 등 축구협회 특정인사 ‘입김’으로 진행됐다는 시선이 나왔던 것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앞서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정 회장과 만나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9일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장에서 선임과정에서 축구협회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시기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카타르 월드컵 때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뒤 인터뷰도 여러 차례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절차 등을 통해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정 회장은 1994년 울산현대호랑이 축구단 구단주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단순한 축구사랑을 넘어 축구계에 직접 발을 들였다. 2011년에는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선출됐고 당시 프로리그 승강제 등 도입 성과를 발판으로 201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그 뒤 10여 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 회장 이전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현대가 혹은 관련 인사가 회장 자리를 맡아왔다. 정 회장의 사촌형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1993년부터 16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지냈다. 그 뒤 2009년에는 그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조중연 현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이 바톤을 이어받아 2012년 말까지 재임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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