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 < LG전자 > |
[비즈니스포스트] “LG 스마트파크는 작업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 위주의 ‘휴먼팩토리’입니다.”
6일 방문한 경남 창원 LG 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은 사실상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하고 있었다.
통합생산동 안에서는 사람이 부품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대신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이었다. 바닥 안에 붙여진 QR 코드를 따라 자동으로 이동하며 무거운(최대 600kg) 적재함을 자동으로 옮기고 있는데 마치 자율주행차처럼 보였다.
사람이 물류로봇이 가는 길을 막아서자 로봇은 음악 소리를 내며 비키라고 신호를 줬다.
LG 스마트파크의 주력 생산 제품인 냉장고 생산라인에서도 사람보다는 로봇이 훨씬 많이 배치돼 있었다.
특히 사람 팔 모양의 로봇이 20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공정은 냉장고 조립 라인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정 가운데 하나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인 0.25밀리미터 이상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세심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업종은 다르지만 자율화 공정의 선구자로 불리는 테슬라가 매번 단차 문제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접수되는 것을 고려하면 LG전자의 자동화공정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팔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로봇이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기존에는 사람들이 냉장고 문을 본체에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무게도 무겁고 작업도 까다로워 기피하는 업무였다”고 설명했다.
▲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20킬로그램(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모습. < LG전자 > |
사람이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하는 일은 아직 로봇이 하기 힘든 내부 급수호수 연결 등 위험성이 낮은 작업뿐이었다.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손이 많이 가는 나사 체결 외에 무거운 냉장고 포장하는 작업도 무인으로 진행되며 최종 포장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작업은 스티커를 냉장고 겉면에 붙이는 일이다.
LG 스마트파크 한 생산라인에서는 냉장고는 13초에 한 대씩 생산되며 시간당 생산량은 약 260대다. 이는 기존 일반 라인의 생산량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불량률 또한 기존보다 30% 줄어들었다.
LG 스마트파크는 이와 같은 지능형 공정 시스템을 인정받아 2022년 3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등대공장이란 불을 비춰 배들의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제조업 성과모델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말한다.
LG 스마트파크는 대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휴먼팩토리’를 지향한다.
대부분의 생산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인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안전사고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LG 스마트파크 외의 공장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려 제품 생산라인을 확대 구축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스마트파크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스마트공장 구축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주로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로봇이 맡고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켰고 결국 사람을 위한 자동화라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지상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 < LG전자 > |
LG 스마트파크는 현재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종 완공되는 시점인 2025년에는 냉장고 생산라인 1개가 추가되고 오븐, 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된다.
창원 LG 스마트파크는 협력사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어 창원 지역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터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창원 지역에 있는 11개 주요 협력사의 종업원 수는 2021년 말 기준 4700여 명으로 LG 스마트파크 가동 전인 2020년 말 대비 약 15% 증가했다.
LG 스마트파크 준공 과정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통합생산동 1차 준공을 위해 22개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했고 공사에 동원된 인원은 누적 16만 명으로 집계된다.
LG 스마트파크는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친환경 공장이기도 하다.
창원시 소재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스팀으로 변환해 공급받아 열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지 않고 재활용된 스팀을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또 GS EPS와 손잡고 LG 스마트파크 건물 옥상에 1만여 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차 준공을 완료해 운영을 시작하는데 2025년 완공되면 건물 사용 전력의 약 10% 이상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창원 LG 스마트파크의 성공을 더 확대 적용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창원 LG 스마트파크의 공정 자동화율은 약 65%인데 이를 더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며 “창원 LG 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