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의 전통적 강자인 DB손해보험과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운전자보험 고객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운전자보험이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자동차보험보다 손해율이 낮아 손해보험사들의 '현금 창출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사이 벌어지고 있는 운전자보험 배타적 사용권 분쟁이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현재 삼성화재가 DB손해보험의 운전자보험 특약과 관련한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신상품심의위원회는 28일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의신청 접수일로부터 15 영업일 이전에 심의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DB손해보험은 7일 삼성화재가 DB손해보험의 배타적 사용권을 침했다며 이의신청을 냈다.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는 신상품심의원회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합의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가 신상품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 통보 이전에 협의를 마무리 지으면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한 보험사에 부과하는 제재금(최대 1억 원)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시장 과열로 금융당국이 주의를 준 상황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침해 여부를 두고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신상품심의위원회의 판정을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8일 최근 운전자보험 판매 급증에 따라 운전자보험을 가입할 때 유의사항을 내놨다. 소비자에게 운전자보험 판매의 유의사항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주의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본다.
운전자보험 판매에서 과열경쟁이 이어지면 신규판매 뿐만 아니라 계약 갈아타기 유도가 발생하면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약관 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오면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6주 미만 사고와 관련한 약관 변경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배타적 사용권의 침해 부담이 없다면 이들로서는 삼성화재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KB손해보험 등 다른 손해보험사들은 6주 미만 경상사고는 형사합의 의무가 없다며 DB손해보험 특약의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DB손해보험에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 손해보험협회의 판단이 다소 성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삼성화재처럼 기존의 약관을 바꿔 운전자 보장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굳이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해야 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앞서 DB손해보험은 4월 그동안 보장하지 않던 전치 6주 미만의 사고에도 형사합의금을 주는 특약을 신설했다. 7월20일까지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을 얻어 운전자보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형사합의 대상이 확대·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후 삼성화재가 운전자보험의 약관을 변경해 어린이보호구역 6주 미만 사고에 한정해 별도의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D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의 약관 변경이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보장구간과 금액은 차이가 있지만 교통사고 6주 미만 상해를 대상으로 보장이 이뤄진다는 점 등이 DB손해보험의 특약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DB손해보험이 보험료를 받고 판매하는 특약을 삼성화재가 기존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료 추가 없이 보장해주면서 더욱 문제가 됐다.
삼성화재는 법 개정에 따른 약관 변경 사안일 뿐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양형 기준이 강화되면서 고객 보호 차원에서 보장 공백을 보완한 것이며 과거에도 법 개정에 따라 보험료율 변경 없이 보장을 확대 적용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2017년 2월 11대 중과실에서 12대 중과실로 변경됐을 때 약관 변경을 통해 보험료 상향 없이 화물고정조치 위반을 보장했다.
민식이법이 3월25일 시행된 뒤 운전자보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4월 한 달 동안 83만 건 판매됐다. 1분기 월평균 판매건수의 2.4배에 이른다. DB손해보험은 4월 한 달 동안 배타적 사용권에 힘입어 25만여 건을 판매했다.
운전자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손해율이 낮고 장기보험 성격이기 때문에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차량 운행 감소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4분기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기기도 했다. 적정 손해율은 80% 가량이다.
반면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은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