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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인가.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다른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소통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박 대통령의 '소통 소신'은 박 대통령 주변 참모들은 왜 모두 한결같이 불통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45초 기자회견', 이정현 홍보수석의 '자랑스런 불통 발언' 등등 그동안 벌어진 불통에 대한 문제제기의 해답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박 대통령 “나는 내 식대로 소통할 것”
박 대통령은 불통 관련 질문에 “소통과 관련해 여러 많은 이야기가 있단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뗀 뒤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인가.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또 “그동안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걸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번 자신의 원칙을 피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을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얘기해도 안 들으려고 하고 불법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라며 “앞으로도 소통에 더욱 힘을 쓰겠지만 불법이나 이런 행동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아주 엄정히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상대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힘으로써 그동안 야권과 언론 등에서 끊임없이 요구한 ‘소통’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대방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소통을 요구해 왔다.
이에 야당은 “기대했던 소통은 없었다”며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 대신 대통령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실망스러운 기자회견"이라며 "대통령에게 진정한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 1년의 ‘불통통치’에 대한 기억상실 그 자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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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2월 27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윤창중 당시 수석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차 인수위 인선안이 담긴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박 대통령의 사람들, 대통령의 판박이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내 방식대로’의 원칙은 박 대통령의 사람들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신년 기자회견 나흘전인 2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언론에 개각설이 들끓자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비서실장이 한 것은 45초동안 준비해 온 3문장을 읽어내려간 것이 전부였다. 그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김 비서실장의 요지는 “대통령께서는 전혀 개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였다. 그는 ‘나의 뜻이 이러하니 언론들은 더 이상 개각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자신의 언행을 통해 던진 것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했던 말을 미리 본 듯한 발언을 했다. 이 홍보수석은 “국민 전체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을 방해하고 욕하는데 그것도 불통이라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말해 야권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박 대통령 역시 이번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걸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 홍보수석의 발언은 결국 박 대통령의 생각임을 입증한 셈이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선 발표장면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방식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지난 2012년 12월2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력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윤창중 당시 수석대변인은 이른바 ‘깜깜이 인사’ 퍼포먼스를 벌였다. 생중계로 진행된 회견에서 윤 대변인은 투명 테이프로 밀봉된 노란 봉투를 찢어 인선명단이 담긴 종이를 꺼내며 ‘철통보안’을 과시했다. 그는 “박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인선 명단을 봉투에 넣어 밀봉해 가지고 왔다”며 “발표하기 전까지 명단을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대변인은 인수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 총 14명의 이름과 직책, 인선배경 설명까지 모두 박 당선인이 써 준 그대로 읽어 나갔다. 당시 윤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밀실인사에 대해 토씨하나 달지 않고, 미리 뜯어보지도 않는 신의를 지키며 대통령의 ‘입’이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재현해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