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 |
올해 시가총액 26조2774억원, 전체 상장기업 중 5위. SK그룹내 최고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SK하이닉스의 현재(12월23일 기준)다. 올해 초 시가총액 12위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5위 자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3만7000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주가가 135원까지 폭락하는 수모를 겪었던 때에 비해 274배로 가파른 상승을 이룬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내 영업이익 1위다. 2011년 SK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영난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던 ‘미운 오리새끼’ 였던 하이닉스 반도체가 영업이익 3조원을 넘는 ‘백조’ SK하이닉스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 현대, 위기의 하이닉스를 버리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모체는 1983년 현대그룹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며 설립한 현대전자산업(주)이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 추진한 빅딜로 인해 현대전자산업이 LG반도체를 흡수합병했다. 2001년 이름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바꾸고 비메모리 부문은 모두 분리했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현대그룹은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때부터 하이닉스 반도체는 경영 정상화되기까지 10년을 채권단 공동 관리 체제로 들어간다.
하이닉스는 경영난으로 투자가 어려웠다. 반도체 회사로는 치명적이었다. 신규설비를 도입할 수 없는 하이닉스가 무너질 것으로 본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신규설비 도입 대신 블루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노후설비 재사용을 단행했다. 하이닉스는 공정을 개선해 낡은 장비로 생산성을 높이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1조원 이상 투자부담을 줄였다.
◆ 치킨게임에서 살아남다
2007년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졌다. 독일, 대만, 일본, 미국, 한국 등에서 D램을 생산하는 기업들 사이에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를 갖추는데 수조원씩을 경쟁적으로 쏟아부었다.
이는 D램 공급과잉 현상을 일으켰다. D램의 가격이 하락하며 업체들은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하이닉스 또한 D램 가격하락 압박에 인력을 30%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8000억원의 신규자금지원과 2009년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거쳐 하이닉스는 경쟁에서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한 채권단은 지분 매각에 나섰다.
◆ SK의 인수, D램의 좋은 시절 찾아와
결국 2011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SK하이닉스로 거듭났다. 그룹의 지원을 뒤에 업고 비로소 SK하이닉스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루어졌다. SK하이닉스는 공정미세화를 통해 경쟁사에 비해 생산성을 높였다.
마침내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엘피다가 파산을 선언하며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은 끝이 났다. D램 제조사 중 살아남은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였다. D램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이와 함께 모바일기기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시장에 호황이 찾아왔다. SK하이닉스는 얼마전 중국 우시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오히려 D램 공급량 조절로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3조324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D램은 수요가 많은데다 이전처럼 공급이 과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SK하이닉스의 약진은 계속될 것이다. "D램 시장구조가 공급자 우위로 변하면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전망도 나왔다.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4조원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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