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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실형 선고로 '시스템의 삼성' 능력 더욱 중요해져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8-25 1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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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실형 선고로 '시스템의 삼성' 능력 더욱 중요해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등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으며 이른 경영복귀가 불가능해졌다. 삼성그룹이 장기간 총수 공백사태를 겪으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사업전략수립과 인사 등 기능을 담당할 조직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시스템의 삼성’을 가동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용 실형, 총수 장기공백 불가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선고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그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에 낸 지원금이 대부분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뇌물인데다 국외로 재산을 도피한 것이라는 특검의 기소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이 부회장 측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제외한 그룹 차원의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지원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이에 앞서 삼성그룹의 이런 주장을 놓고 이 부회장이 혐의에서 벗어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총수로서 경영능력에는 무능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결국 이 부회장이 중형을 선고받은 데다 경영자로서 이미지마저 훼손이 불가피한 셈이 됐다.

이 부회장 측은 1심 선고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한다. 하지만 구속상태가 이어지고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어 경영복귀를 기약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삼성으로서는 장기간의 총수 공백사태가 불가피한 셈이다.
 
  이재용 실형 선고로 '시스템의 삼성' 능력 더욱 중요해져  
▲ 서울 서초구의 삼성 서초사옥.
삼성은 지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마저 이 부회장의 구속 여파로 해체된 만큼 총수를 대체할 인물이나 조직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뒤 임원인사 시기를 대폭 늦추고 올해 사장단인사는 아직도 진행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는 장기 전략수립과 인수합병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1심 재판결과 풀려나지 못하며서 총수 공백사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는 “삼성그룹은 리더십 공백에 대응할 ‘플랜B’를 준비하지 못해 중요 결정이나 사업전략 수립에 큰 문제를 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과거 최태원 SK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총수공백사태를 겪은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현안을 총괄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조직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런 대응에 나설 경우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직후 비슷한 조직을 만드는 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삼성그룹 변화 더 가속화될 수도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뒤부터 추진해오던 각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확립과 이사회의 독립성 및 역할 강화 등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데다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 진출하며 대대적인 사업구조 전환도 준비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비중이 높은 외국인주주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 부회장의 공백이 향후 실적과 사업 운영에 끼칠 영향이 작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변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부회장 공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강조해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장기적 공백의 가능성이 현실화한 만큼 총수가 없어도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줘야 한다.
 
  이재용 실형 선고로 '시스템의 삼성' 능력 더욱 중요해져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환원정책 강화계획을 발표하며 외국계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장기적 사업전략 수립과 인수합병 등에 전문성을 확보한 인물을 찾는 데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시스템의 삼성’을 강조했고 대부분의 계열사에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단기간에 실적 등에 악영향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에 모두 역대 최대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0년까지 진행될 장기 시설투자계획도 이미 발표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노력이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를 계기로 더욱 강화돼 기업가치와 성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번 재판결과에 대응해 비상경영체제 가동 등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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