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뷰티 기업 최초로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인 '코스알엑스'가 영국뷰티협회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그 배경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오랜 기간 키워온 설화수나 라네즈 등 자체 브랜드와 별도로 코스알엑스를 인수한 이후 창업자인 전상훈 대표가 독립경영을 이어가는 '인디브랜드 육성'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코스알엑스 글로벌 존재감 높아져, 전상훈 '독립경영' 유지 선택 통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코스알엑스가 그룹 내에서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올해 3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2026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코스알엑스 부스 현장. <아모레퍼시픽>


24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황을 종합하면 인수 회사이면서 코스알엑스가 그룹 내에서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밀리 켄달 영국뷰티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20일 "코스알엑스를 한국 화장품 기업 가운데 첫 번째 후원사로 맞았다"며 "글로벌 뷰티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인 만큼 협회에도 귀중한 전문성을 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뷰티협회는 영국 뷰티산업을 대표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비영리단체다. 글로벌 뷰티기업과 유통사들이 후원사로 참여해 산업 발전과 정책 논의를 지원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K뷰티 기업 최초로 후원사에 합류하면서 현지 뷰티업계의 주요 네트워크에 들어섰다. 이를 발판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업계와 접점을 넓히고 사업 기반을 강화할 기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코스알엑스의 존재감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 경영은 여전히 창업자인 전상훈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전 대표는 2013년 코스알엑스를 창업해 일찌감치 미국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웠다. 코스알엑스는 북미 시장에서 달팽이 점액을 활용한 '스네일뮤신 에센스'가 이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했다. 

다만 가파르게 성장하던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한 차례 성장세가 꺾인 바 있다. 매출은 2022년 2043억 원에서 2023년 4861억 원, 2024년 5898억 원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2025년에는 4562억 원으로 줄었다.

전 대표는 새로운 고기능성 제품군인 'RX라인'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며 반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스알엑스는 2025년 4분기부터 매출이 반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코스알엑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5% 이상을 기록해 아모레퍼시픽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신제품 'RX라인'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주력 제품군의 매출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 창업자를 단순히 유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인수 사례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코스알엑스 글로벌 존재감 높아져, 전상훈 '독립경영' 유지 선택 통했다

▲ 코스알엑스는 북미 시장에서 달팽이 점액을 활용한 '스네일뮤신 에센스'가 이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했다. 사진은 코스알엑스의 '펩타이드' 제품군 모습. <아모레퍼시픽>


2024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인디 색조 브랜드 '어뮤즈'는 창업자인 이승민 대표가 인수 이후에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2부문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 사업까지 맡았다. 인수 이후 창업자의 역할이 신세계그룹의 경영체계 안으로 확대된 셈이다.

반면 코스알엑스는 인수 이전의 창업자 중심 경영체제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유지되고 있다. 현재 코스알엑스는 전상훈 대표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아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 주요 경영진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할 뿐 상근 경영진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그룹 측 인사는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와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대표, 황영민 아모레퍼시픽 사업기획디비전장 등이다.

전 대표 역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뷰티 사업 내에서 별도의 직책을 맡지 않고 코스알엑스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수기업의 창업자를 그룹 경영체계 안으로 편입하기보다 기존 경영체제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방식으로 코스알엑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독자적인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경영과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알엑스의 창업자 중심 경영체제는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대표의 현재 임기는 2028년 11월까지로 공시돼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코스알엑스 지분 인수와 관련한 2차 거래대금 1470억 원의 지급 기한을 2030년 4월로 연장한 만큼 전 대표가 이후에도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당시 전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코스알엑스 경영을 계속 맡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알엑스가 실적 반등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까지 높이면서 창업자의 독립경영을 유지한 아모레퍼시픽의 선택은 현재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제품과 브랜드 전략을 여전히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할지가 인수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알엑스는 올해 3월 처음으로 홍콩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존 집중했던 서구권이 아닌 다른 권역으로 해외 확장이 본격화할수록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현지 유통망과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추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코스알엑스 경영진과 관련한 향후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아모레퍼시픽이 가진 비전과 사업관리 노하우를 코스알엑스의 역량과 결합해 글로벌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