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9월 담관암 신약으로 미국 시장 진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HLB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간암 신약의 미국 허가 일정이 세 차례 미뤄진 상황에서 외부에서 새롭게 확보한 후속 항암제가 먼저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생기면서다.
 
[오늘Who] HLB 미국서 간암 신약 허가 지연되자 9월 담관암 조준, 진양곤 파이프라인 다변화 첫 시험대

▲ 24일 HLB그룹에 따르면 HLB의 담관암 신약인 리라푸그라티닙 허가 예정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진양곤 HLB그룹 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리라푸그라티닙이 허가를 받는다면 HLB그룹으로서는 미국에서 신약 상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리보세라닙에 집중됐던 신약사업을 복수 파이프라인으로 넓혀온 전략도 첫 결실을 맺게 된다.

24일 HLB그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허가 여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의 유전자 융합 또는 재배열이 나타난 담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FDA는 올해 3월 리라푸그라티닙의 신약허가신청(NDA)을 받아들이면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허가 결정 예정일은 9월25일(현지시각)이다.

허가 심사는 현재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 있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7월23일(현지시각) FDA와 후반부 심사 협의인 '레이트 사이클 미팅'을 마쳤다. 이 자리에서는 허가 이후 시판 의무사항(PMR)과 시판 후 이행 약속(PMC) 등이 논의됐다.

HLB에 따르면 현재까지 승인에 영향을 줄 새로운 검토 사항은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레이트 사이클 미팅에서 별도의 쟁점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종 품목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결과는 FDA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진 의장에게 이번 허가 결과가 특히 중요한 것은 HLB의 신약사업이 리보세라닙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HLB그룹의 신약개발 역사는 사실상 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리보세라닙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을 병용해 간암 1차 치료제로 FDA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임상3상에서 효능을 확인했지만 FDA 허가 과정에서는 제조시설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7월9일(현지시각) FDA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FDA가 지적한 사항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자체가 아니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과 관련된 제조시설 문제였다.

하지만 2024년 첫 번째 CRL 이후 세 차례 허가가 지연됐다는 점은 HLB로서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특히 간암 신약의 미국 상업화를 사실상 그룹 바이오사업의 핵심 이정표로 제시해온 만큼 허가 지연이 장기화될수록 단일 신약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이런 점에서 리보세라닙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HLB가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온 후보물질이 아니라 후기 임상단계의 경쟁력 있는 신약을 외부에서 확보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로부터 리라푸그라티닙의 전 세계 개발·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했다.

진 의장으로서는 오랜 기간 한 후보물질을 자체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에 더해 개발 후기 단계의 자산을 외부에서 확보해 상업화하는 전략을 병행한 셈이다.
 
[오늘Who] HLB 미국서 간암 신약 허가 지연되자 9월 담관암 조준, 진양곤 파이프라인 다변화 첫 시험대

▲ HLB가 리라푸그라티닙 허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HLB그룹 사옥 모습. < HLB>


실제로 엘레바테라퓨틱스가 리라푸그라티닙을 도입한 시점에는 이미 FDA와 허가 경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이뤄졌고 핵심 임상시험도 상당 부분 진행돼 있었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이후 임상과 허가 신청, 향후 글로벌 상업화를 맡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임상 결과도 허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1/2상 '리포커스(ReFocus)'의 주요 분석 대상 환자 114명에서 독립평가위원회가 평가한 객관적반응률(ORR)은 46.5%로 나타났다.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은 1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1.3개월,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22.8개월이었다. 질병통제율(DCR)은 96.5%였다.

특히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개발됐다.

기존 FGFR 계열 치료제가 FGFR1·3·4까지 함께 억제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비표적 부작용을 줄이고 FGFR2에 대한 선택성을 높이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FDA는 앞서 리라푸그라티닙을 희귀의약품과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담관암을 시작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FGFR2 이상이 나타난 위암과 췌장암, 두경부암 등 다른 고형암에서도 리라푸그라티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FDA 역시 담관암 허가 신청 이후 다른 FGFR2 이상 고형암을 대상으로 추가 허가 신청을 추진하는 개발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리라푸그라티닙이 허가된다면 HLB로서는 리보세라닙 이외 후보물질에서도 FDA 허가 단계까지 신약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간암 신약의 허가 일정과 별개로 미국 상업화 조직을 실제 매출을 내는 조직으로 전환할 계기도 마련된다. 엘레바테라퓨틱스가 그동안 리보세라닙의 미국 출시를 염두에 두고 구축해온 허가와 상업화 역량을 다른 신약에 먼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의장은 HLB를 중심으로 제약과 신약개발, 비임상시험, 진단, 세포치료제 등으로 바이오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조달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HLB는 2022년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410억 원을 조달했고 이 가운데 1698억 원을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에 투입해 리보세라닙의 임상과 미국 허가, 상업화 준비 등에 사용했다.

앞으로도 복수의 신약후보물질 개발과 상업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핵심 신약의 허가 지연으로 주가가 흔들리면서 계열사의 자금조달 여건에도 부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HLB제약은 올해 5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1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1차 발행가액이 당초 예정했던 1만1150원에서 5650원으로 낮아지면서 예상 조달금액도 약 609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운영자금 조달 계획은 500억 원에서 약 58억 원으로 축소됐고 150억 원 규모의 채무상환자금 계획도 제외됐다.

신약 허가 지연이 투자심리 악화에 그치지 않고 그룹의 투자재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월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심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라푸그라티닙이 미국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진 의장으로서는 HLB그룹의 첫 미국 신약 허가 성과를 확보하는 동시에 리보세라닙에 집중됐던 신약 전략을 외부 기술 도입과 복수 파이프라인으로 넓혀온 선택의 첫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신약개발 성과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투자재원 확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HLB 관계자는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허가를 기대하며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상용화 계획은 허가 이후 공개할 예정이며 원료와 완제는 모두 북미 지역 업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