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기본에 '원전 19기' 전력수요 반영, 환경단체 "3대 메가 프로젝트 이전에 기후목표가 먼저"

▲ 올해 6월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사유로 2040년 전력 수요 전망치를 대형 원자력 발전소 19기 분량만큼 이전보다 대폭 상향 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불확실한 산업계 수요를 기정사실로 해 탄소중립이라는 기후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국내 환경단체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전력수급계획이 기후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연 대국민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전기본 수립 총괄위 아래 수요계획 소위원회는 2040년 기준 전력수요가 최대 1억6500만 k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2038년 최대 수요 전망치 1억2930만 kW와 비교해 3570만 kW 더 늘어난 수치다. 지난 4월에 정부가 내놓은 12차 전기본 초기 수요 예측치인 1억3820만 kW보다는 2680만 kW 늘었다.

환경단체 말을 들어보면 늘어난 전력 수요는 대형 원전 19기가 만들어내는 분량에 해당한다.

이를 놓고 수요계획 소위는 기존 제11차 전기본 때와 비교하면 반도체 분야에서 추가 전력수요가 2060만 kW, 데이터센터에서는 790만 kW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안에 따른 수요 전망치 변화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서남권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 피지컬 AI산업 육성을 담은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 등 3대 분야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제12차 전기본 초안을 접한 환경단체들은 산정된 수요가 과장된 수치로 기후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산업계 수요를 부풀려 기존 전기본에서 계획된 화석연료 발전소 퇴출을 늦추고 원전을 추가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전기본에 '원전 19기' 전력수요 반영, 환경단체 "3대 메가 프로젝트 이전에 기후목표가 먼저"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5차 대국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며 "연간 200TWh에 달하는 추가 전력 수요가 나온다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지금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요 폭증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부터 고민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계획은 시장 상황, 기술 변화, 기업의 투자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건설되지 않은 시설의 전력 사용량을 확정 수요처럼 반영한다면 그 수요는 부풀려지고 '전력 부족'을 명분으로 원전을 더 짓겠다는 명분이 될 것"이라며 "제12차 전기본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력을 무한정 공급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기후목표에 맞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전력 수요의 한계를 정하고 관리하는 계획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정부가 앞으로 수십 년 뒤에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불확실한 'AI 초호황'을 기대하며 전력 수요를 과대 예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결국 전력수요 확대의 결정적 변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인데 이를 액면 그대로만 계산하면 기존 총발전량의 40~50%를 차지하는 막대한 수요처가 된다"며 "이는 냉정한 국가정책 기획에 따른 일정이라기보다는 소수 기업의 비즈니스 기대를 반영한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단지는 반도체 산업단지보다 불확실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수요처가 현재 확실히 존재하는 반도체와 달리 데이터센터는 고객사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채 계획만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병권 소장은 "전기본은 국가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함께 가야 한다"며 "계획상 전력 부문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44.4% 내려가야 하고 2035년까지는 68.8~75.3%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책임져야 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전력수요 확대가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며 "데이터센터 계획은 2030년 감축목표를 위협할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