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 마이크론 확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청신호

▲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가 공격적 시설 투자에도 단기간에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산제이 메로트라 CEO.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의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반도체 호황 장기화에 확신을 보였다.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과 기술 발전이 꾸준히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공격적으로 증설 경쟁에 뛰어들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도 내놨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20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법칙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메모리가 없다면 AI도 없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가 단순히 한 종류의 부품으로 인식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인공지능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거듭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높은 성능과 전력효율을 구현하는 데 메모리반도체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자연히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로트라 CEO는 “고객사들이 가장 저렴한 메모리반도체를 사들이던 과거와는 달리 성능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분야가 자율주행차와 로봇, 소비자용 기기 등으로 확대되는 점도 데이터센터 이외 분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확산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히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기반도 이전보다 탄탄해지며 과거와 같은 불황 사이클이 되돌아오기는 어려운 환경이 갖춰졌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메로트라 CEO는 “모든 분야의 고객사들이 마이크론에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바닥내고 있다”며 “현재 생산량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마이크론이 여러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중장기 수요 전망도 더욱 뚜렷해졌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기존에는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주로 단기 계약으로 이뤄지거나 현물 시장에서 거래됐는데 지금은 약 5년 뒤까지의 물량을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메로트라 CEO는 장기 계약을 통해 메모리반도체의 중장기 수요 증가에 다시금 확신을 얻게 됐다며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의 2027년 업황은 2026년보다 더 심각한 공급 부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론이 고객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내 여러 공장에 증설 투자를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생산을 시작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 마이크론 확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청신호

▲ 마이크론의 기업 로고와 반도체 이미지. <연합뉴스>

CNB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같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벌여 메모리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무리한 생산 투자는 과거에 공급 과잉을 주도해 업황 악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CNBC는 현재 인공지능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과 공장 건설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공급이 이른 시일에 수요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기존 메모리반도체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공장을 다수 신설해야만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공급 확대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NBC는 마이크론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고객사들의 수가 3월에는 1곳에 그쳤지만 6월 말 기준으로 16곳까지 늘었다는 점도 호황 장기화를 의미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메로트라 CEO는 6월 이후에도 고객사와 장기 계약 사례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가 과거와 같이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산업 구조를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이날 본사가 위치한 미국 아이다호주에 10년 동안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2026년 들어 잇따라 대규모 생산 증설 계획을 발표한 것은 7월부터 이들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조정을 겪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 산업 분야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거나 과도한 증설이 이뤄진다면 공급 과잉으로 불황 사이클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CEO가 메모리반도체 호황 지속에 재차 확신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사업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CNBC는 결국 “과거의 불황 사이클만을 생각한다면 이번 메모리반도체 업황 호조를 과소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은 이번 호황 사이클이 이전보다 훨씬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