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세계 주요 대도시 피해 커진다, 한국도 서울에 집중 전망

▲ 1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타워브리지 앞 강변 공원 일대의 잔디가 폭염 여파에 바싹 말라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입는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도시들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돼 있는 지역인 만큼 각종 시설들의 피해 복구 및 개선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근로시간 감소 등으로 인한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영국 런던시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50년대 기준 런던의 연간 기후피해 규모는 최대 360억 파운드(약 6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상고온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시간 감소, 사업차질, 기반시설 손상과 개선 작업을 위한 추가 비용 등까지 종합한 결과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는 런던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필수 서비스를 마비시키며 우리 경제에 수억 파운드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시원한 주택과 건물, 더 푸르고 그늘진 동네, 더워지는 기후에 견딜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부터 이어진 폭염과 가뭄은 런던의 상수도, 전력망 등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근로시간을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텀 기후변화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폭염으로 인해 영국 경제가 입은 직접 피해 규모는 누적 약 11억5천만 파운드(2조1830억 원)에 달한다.

런던에서 대서양 건너편에 위치한 미국의 뉴욕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뉴욕은 맨해튼 섬 위에 건설된 도시인 만큼 허리케인, 폭풍 해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비영리단체 '리빌드 바이 디자인' 보고서를 인용해 뉴욕시가 해수면 상승과 허리케인 피해 대응에만 향후 약 5190억 달러(약 723조 원)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인프라 개선 작업, 폭염 대책 등 다른 기후피해 대책까지 포함하면 뉴욕시민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약 5만 달러(약 6900만 원)가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미 체스터 리빌드 바이 디자인 재건 설계 책임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비용은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훨씬 웃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뉴욕공익연구단체(NYPIRG)도 비슷한 결론을 내놨다. NYPIRG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뉴욕시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 이상 피해를 입히는 재난이 연평균 2.5건 발생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뉴욕시는 항만 보호 강화, 하수시설 개선 등에 합계 2천억 달러(약 278조7천억 원)가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에 세계 주요 대도시 피해 커진다, 한국도 서울에 집중 전망

▲ 5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횡단보도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표면 온도계가 49.5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는 이미 적지 않은 기후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통계 자료를 활용해 2020~2025년 기간 동안 폭염으로 인한 도쿄의 근로시간 감소 규모를 추산한 결과 연평균 28억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일일 평균임금으로 환산하면 도쿄도에서는 연평균 약 4조 엔(약 35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손실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근로시간 감소 규모는 14억 시간에 불과했으며 1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온상승 추이를 고려하면 몇 년 뒤에는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아시아는 그 외에도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한 인프라 부하, 온열질환자 급증으로 인한 의료 지출 확대 등 간접적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시노하라 타쿠야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근무시간을 이른 아침과 늦저녁으로 옮기거나 계절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국 서울도 기후피해 확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유종현 교수와 서울시립대 최미희 연구원이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2030~2060년 누적 기후피해 규모는 최대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57%는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만 놓고 보면 2030~2040년 기간 동안에는 연평균 기후피해 규모는 1조 원을 기록하고 2040~2060년 기간에는 5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탄소 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피해 비용의 환산 추정치로 폭염, 홍수, 가뭄 등 각종 재난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 인프라 부하, 자산 손실 등이 포함된 결과다.

실제로 최근 서울은 체감온도가 며칠 연속으로 39도를 넘어설 정도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심각한 폭염 피해를 겪고 있다.

서울시는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으면 정부 지침에 따라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하고 외부활동 및 노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와 사업 차질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기후 리스크는 기업 실적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안보 이슈"라며 "모든 지역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적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