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타워107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9일 서스틴베스트는 서울 중구 타워107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에 설립된 국내 ESG 평가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책임투자 개념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ESG 리서치, 기업 평가, 의결권 행사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보면 스코프 3(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을 3년 유예하고 있다”며 “또 법정공시로 시행되기는 하나 도입 초기 4년까지는 한시적 면책 정책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이어 “이것을 보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정부가 숨돌릴 시간을 줬다기보다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보면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의무공시를 시행한다. 스코프 3는 의무공시 시점에서 3년 더 유예해 2031년부터 포함시킨다.
오 대표는 “정부가 3년을 줬다는 것은 적어도 기업들이 이것을 준비하는데 최소 3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 차라리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스코프 3는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은 계열사에 더해 협력사들의 온실가스 배출까지 집계해야 한다.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집계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스코프 3 집계를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정부의 15개 업종별 가이드라인 개발 완료 시점은 2028년”이라며 “이것 때문에 기업들은 2028년부터 스코프 3 집계에 나서면 될 것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 집계 인프라는 2차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감축 전략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낙관적으로 정부 지원만 믿고 대응을 미루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기업들의 운영 경향을 보면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겪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란 기업이나 조직이 적용받는 관련 법률, 표준 등을 준수하지 않아 직면하게 되는 법적 제재, 재무 손실, 평판 훼손 등을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새 정책을 제시하면 원칙 내에서 제시된 최소치만을 준수하려는 수동적인 양태를 보이는데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와 같은 대응 방식을 취하면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지속가능성 공시는 정부가 큰 틀에서의 원칙만을 제시하고 그 안에 세부적인 내용은 기업의 자율 대응에 맡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컴플라이언스형 수동적 대응 전략으로 가게 되는 순간 기업들 입장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에는 답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미로로 비유하자면 출구가 없는 곳을 헤매는 것처럼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을 전체 경영전략에 통합해 대응하는 ‘경영통합형 전략’이 장기적으로 비용 지출과 리스크를 절감하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오 대표는 “경영통합형 전략은 기업들이 공시 대응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런 전략이 실현되려면 이사회를 중심으로 통합된 전략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이 통합 전략 수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오 대표는 “스코프 3 정보 집계는 AI가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에 있었을 것”이라며 “AI 확산이 빨라진 지금은 이제 스코프 3 정보 집계가 기업 차원에서도 가능한 수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항상 남을 따라가는 건 잘하는데 남들보다 앞서 이끌고 나가는 것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번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