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형 해운사 HMM과 팬오션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시장에서 향후 성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제미나이가 생성한 AI 이미지 >
HMM은 컨테이너 운송, 팬오션은 석탄·철광석·곡물 등의 건화물(벌크 화물) 운송이 주력 사업으로, 단일 선종 업황에 따라 실적 성과가 좌우되는 수익 구조를 지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조 단위의 투자를 통해 LNG운반선,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을 도입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려 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양사의 최대 격전지는 최근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재화중량톤 기준 20만 톤 이상급 유조선)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해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부터 중동 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모든 선종의 운임이 상승하면서, HMM과 팬오션의 2분기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HMM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020억 원, 영업이익 3541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51.9% 증가했다.
팬오션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137억 원, 영업이익 193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47.9%, 영업이익은 57.4% 늘어난 수치다.
이와 같은 호실적에도 HMM과 팬오션은 특정 선종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HMM은 전체 매출의 84.3%가 컨테이너에서 나온다. 팬오션은 건화물의 매출 비중이 50%이지만 곡물거래 부문을 뺀 해상운송 4개 부문(건화물, 유조선, 컨테이너, LNG)만 따지면 건화물의 비중이 74.2%이다.
이에 두 회사는 선대 다변화를 위한 조 단위의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HMM이 지난 7월24일 발표한 중장기 전략 수정계획에 따르면, HMM은 2030년까지 벌크 부문(유조선, 다목적선, 자동차운반선, 건화물선, LPG운반선)에 8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
투자 목표는 2025년 말 재화중량톤(DWT) 기준 706만DWT인 적재 능력을 2030년 1352만DWT로 외형을 늘리고,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기존 55%에서 71%까지 끌어올려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선대 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HMM은 2027년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 자동차운반선 2척, 4만DWT급 건화물선 1척 등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선박 인도가 완료되면 HMM의 유조선 운송능력은 2분기 말 기준 445만DWT에서 약 500만DWT 수준으로 증대된다.
팬오션 역시 2026년 들어서만 유조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14척 도입을 결정하면서 선대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9753억 원을 투입해 SK해운이 보유한 중고 31만3천입방미터(CBM)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을 2026년부터 2027년 4월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또 7834억 원을 들여 SK인천석유화학·SK에너지 등과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하기 위해 초대형 원유운반선 4척 건조 계약도 체결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팬오션은 2026년 초대형 원유운반선 인도시점이 하반기에 집중돼 이익 기여도가 제한적이지만, 2027년에는 SK해운으로부터 인수할 초대형 원유운반선에서 영업이익만 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2027년 인도받을 2척은 모두 현물 운임(스팟) 시장에 노출되는 선대인 만큼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초대형 원유운반선 시장은 지난 2월부터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 HD한국조선해양 >
두 회사의 최근 선대 다변화 투자가 초대형 원유운반선 위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유조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위기로, 유조선 시장의 운임이 폭등하면서 유조선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모양새다.
실제로 글로벌 유조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유조선운임지수(BDTI)는 올해 1월 96포인트에서 6월 407.31포인트로 불과 반년 만에 4배 이상 급등했다.
영국의 해운시장분석기관 MSI는 2026년 2분기 해운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2026년 하반기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및 시장 여건 정상화에 따라 유조선 선종 수익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되, 지정학적 변동성은 단기 운임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