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포스트]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남방’ 지역에서 계열사를 총동원, 현지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신흥 시장이자 원자재 수급이 용이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등 인도·동남아 지역에서 철강, 2차전지 소재 등 주력 사업의 생산부터 원료 조달까지 이른바 ‘완결형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이 계열사를 총 동원해 인도·동남아 지역에서 철강, 2차전지 소재, 자원 등의 사업 분야 전방위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철강 사업 성장이 정체되고, 핵심 사업으로 키우던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장인화 회장이 신남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22일 포스코그룹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4월19∼24일)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 사업 강화를 위한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현지 투자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사업법인 포스코는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인도 1위 철강기업 JSW스틸과 손잡고 인도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제선-제강-압연 등 핵심 제철 공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설비) 구축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2014년 개설한 인도 냉연법인 포스코마하라슈트라가 연간 냉연·도금강판 180만 톤을, 가공센터 4곳(델리, 첸나이, 암다바드, 푸네)에서 철강 95만 톤을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차이나'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철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대비, 현지에 연산 600만 톤 규모의 신규 제철소를 건설키로 한 것이다.
포스코와 JSW스틸이 합작법인의 지분을 각각 50% 나눠 갖는 구조로, 총 투자비는 약 72억8800만 달러(10조7000억원)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절반인 36억4400만 달러(약 5조4천억 원)를 투자한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도시화, 인구 증가, 제조업 확대에 따라 매년 철강 소비 증가율이 1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소득 증가로 자동차·가전용 고급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포스코가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전격 합작투자를 결정했다.
인도의 철강 수요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글로벌 철강 시장조사업체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인도의 철강 소비량은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에는 1억9천만 톤(2025년 1억6천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그룹은 탈중국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1991년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현재까지 약 20억 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해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포스코베트남(철강), 포스코야마토비나(형강), 포스코VST(스테인리스) 등 베트남 생산 법인과 가공 센터는 7곳에 이른다.
포스코그룹 물류 계열사 포스코플로우는 그룹사 물류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025년 12월 태국 방콕과 호치민에 각각 현지법인을 열었다.
태국 법인은 그룹사의 소재·제품의 운송·보관·하역을 맡는 한편 역내 신규 물량을 유치한다. 베트남 법인은 포스코의 철강 현지법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출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으며, 그간 분산 운영됐던 물류의 운영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이같은 행보는 장 회장의 '완결형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완결형 현지화 전략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제품 생산부터 가공 등 후처리 공정까지 모든 생산 체계를 확보한다는 것을 말한다.
장 회장은 지난 2월 그룹 전략회의에서 △권역 내 현지 철강사와 협력 확대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대상 소재 공급 체계 구축 △법인 간 시너지 창출 △권역 물류 거점 확대 및 운영 효율화 등 구체적 실행전략을 제시했다.
▲ (오른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자얀트 아차리야 JSW스틸 사장,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이 지난 4월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 일관제철소 합작투자 계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는 베트남이 투자비·전력비·인건비·물류비 등 여러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중국산 흑연 음극재와 비교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적의 생산기지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팜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1년 인도네시아 법인 ‘PT.BIA’를 세워 팜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본격적으로 팜 원유를 생산한 것은 2016년부터이며, 파푸아주에 위치한 면적 3만4200헥타르(3억4200만㎡)의 팜 농장에서 팜을 수확한 뒤, 착유 공장 3기에서 연간 20만 톤 이상의 팜유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2월 수마트라·칼리만탄에서 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지기업 삼푸르나아그로의 지분 98%를 1조2447억 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삼푸르나아그로가 보유한 면적 12만8천 헥타르(12억8천만㎡)의 팜 농장을 확보했다.
앞서 2025년 11월엔 GS칼텍스와 합작해 칼리만탄에 정제 팜유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또 연간 생산능력 50만 톤 규모의 ARC 정제공장도 오는 6월부터 가동을 앞두고 있어 종자 개발-농장운영-착유-정제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팜유 사업체제를 갖추게 된다.
장 회장이 올해 1월 그룹 경영회의에서 그룹 핵심 수익원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LNG 관련 사업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5년 11월 현지에서 원활한 거래와 상품선물 거래 지원을 위해 아시아 에너지 거래 허브인 싱가포르에 LNG트레이딩 법인을 설립했다. 또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가스전 4단계 시추작업을 시작, 내년 7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총 9264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포스코그룹의 매출·영업이익은 2023년 77조1272억 원·3조5314억 원에서 2025년 69조949억 원·1조8271억 원으로 하향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남방 투자 확대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보호무역주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대내외 불안정 속에 신남방 신흥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