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은 3월 오픈AI의 챗GPT에 '아모레몰' 앱(사진)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오픈AI의 챗GPT에 '아모레몰' 앱을 출시하며 고객과 대화를 기반으로 제품 추천과 구매, 관리 루틴까지 연결하는 쇼핑 방식을 선보였다. 이는 과거 방문판매에서 이어온 상담 중심의 판매 구조를 AI 환경으로 확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아모레퍼시픽이 뷰티 업계 최초로 AI를 활용한 대화형 쇼핑 서비스를 도입한 것을 놓고 이른바 '방판 DNA'를 디지털로 이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3월 오픈AI의 챗GPT에 '아모레몰' 앱을 출시했다. 이용자는 챗GPT와 대화를 통해 피부 고민과 선호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주요 브랜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회사는 이 서비스를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 추천과 뷰티 관리 루틴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상담 기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방문판매 기반의 상담 역량을 AI 채널로 옮기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방문판매는 온라인 유통이 자리 잡기 전까지 화장품 업계의 핵심 채널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부터 이를 도입해 3만 명의 카운슬러를 통해 고객 상담과 판매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구매 이력뿐 아니라 피부 상태, 선호 제품, 상담 내용 등 개인화된 데이터를 축적하며 맞춤형 추천 역량을 키워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이전인 2016년 화장품 방문판매 시장 규모는 3조3천억 원에 달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매출은 1조8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 서경배 회장은 2025년 9월 열린 80주년 창립기념식을 통해 '크리에이트 뉴뷰티'를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목표로 밝히며 'AI 퍼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이후 회사는 상담에 기반한 영업 구조를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모바일 앱 '뷰티Q'를 출시하며 방문판매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판매가 가능하도록 방문판매법이 개정되며 전환 속도가 빨라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회사는 상담 데이터뿐 아니라 고객 이해도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022년부터 '뉴커머스'라는 이름으로 방문판매의 디지털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카운슬러 전용 온라인 판매망 '에딧샵'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판매 채널을 확보했으며 2025년부터는 자사몰에서 '아모레챗'이라는 챗봇을 운영하며 AI에 기반한 상담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챗GPT '아모레몰' 서비스는 회사가 과거 방문판매부터 쌓아온 내부 역량을 외부 플랫폼으로 본격 확장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방문판매로 구축한 상담 기반 판매 구조를 오픈AI 플랫폼까지 확장할 경우 글로벌 고객에게도 AI 기반 뷰티 쇼핑 경험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객들이 검색창 대신 챗GPT와 같은 AI와 대화하며 쇼핑을 끝내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수억 명에 이르는 챗GPT 이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경배 회장은 2025년 9월 열린 80주년 창립기념식을 통해 '크리에이트 뉴뷰티'를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목표로 밝히며 'AI 퍼스트'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이 일하는 방식부터 연구개발, 생산, 고객과의 접점까지 모든 곳에 A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챗GPT의 '아모레몰'은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챗GPT 대화에 회사가 축적해온 상담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반영해 개인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존 운영하던 오프라인 방문판매, 디지털 카운슬러 등에 더해서 AI 전략에 맞추어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부 AI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과의 대화가 챗GPT라는 외부 플랫폼에서 이뤄지면서 이용자의 탐색 과정과 구매 맥락이 아모레퍼시픽 내부가 아닌 외부 플랫폼 오픈AI에게 함께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쌓아온 데이터와 고객 이해 역량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될 수 있어 향후 뷰티 커머스 주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