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 때 대표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취미’로 꼽혔던 게임이 고물가 여파로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취미로 바뀔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칩플레이션’이 PC와 콘솔기기 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여파로 게임 소프트웨어 가격까지 치솟으며 게이머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게임 '가성비 취미'는 옛말, 칩플레이션·고환율에 "신작 구입도 쉽지 않네"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4월2일자로 PS5 기본과 프로 모델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12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지난해 말 PC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최근 콘솔 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지난 2일 플레이스테이션5(PS5)의 가격을 인상했다.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는 일반 모델은 기존 대비 100달러 올랐고, 고성능 모델인 PS5 프로는 약 30%에 달하는 150달러가 인상됐다. 국내 판매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모든 모델의 가격 인상이 예고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엑스박스 시리즈 X와 S의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다. 

시리즈 X는 지난해 대비 약 200달러 올랐고, 보급형인 시리즈 S도 30% 이상 올랐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기존 물량이 소진되면 닌텐도의 콘솔 ‘스위치2’ 역시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콘솔 기기는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하락하는데, 최근 이를 역행하는 모습”이라며 “장비 구매 비용 증가로 잠재적 게임 이용자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임 '가성비 취미'는 옛말, 칩플레이션·고환율에 "신작 구입도 쉽지 않네"

▲ 스팀은 지난 3월28일 공지를 통해 원/달러 환율을 기존 1150원에서 1450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새로운 게임 권장 가격 책정 기준을 제시했다. <스팀> 


하드웨어뿐 아니라 게임 소프트웨어 구매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자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은 한국 지역의 게임 권장 가격 책정 구조를 개편했다.

기존 1150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 가이드라인을 1450원 수준으로 약 20%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69.99달러인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AAA급 신작은 이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7만9800원에서 10만 원대로 훌쩍 오르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과 중동발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맞물린 결과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PC·콘솔용 대형 게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펄어비스, 엔씨, 넥슨,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서구권 공략을 위해 몇 해 전부터 대형 콘솔용 게임을 개발 중이다. 

게임사들은 언리얼 엔진5 기반의 대작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따라 그래픽카드 등 하드웨어 사양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하드웨어 사양이 올라가면 그만큼 PC와 콘솔 기기 값은 덩달아 오른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있다면 사이클 상 언젠가는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시기를 어떻게 피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A 게임사 관계자는 “고사양 그래픽을 앞세운 대작 게임일수록 이용자의 하드웨어 사양이 중요해지고,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판매량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다만 연내 출시가 예정된 'GTA 6'와 같은 초대형 신작들이 기기값 상승에도 게임 수요를 늘릴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