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에서 정부를 향해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를 대비해 자국 기업의 장비 자급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중국 국기와 반도체 이미지. <연합뉴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다수의 장비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며 미국의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중국위원회 및 외교위원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연방정부에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를 요청했다.
미국 상무부와 국무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접근을 더 엄격하게 제한해 국가 안보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원 측은 중국에서 최근 외국산 반도체 장비 수입을 늘려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을 한층 더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맹국들이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기 어렵도록 해 중국에서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장비 및 부품은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3월까지 동맹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미국 하원에서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 요구가 나온 배경은 중국의 자체 극자외선(EUV) 기술 상용화 가능성 때문이라는 로이터의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한 반도체 연구소에서 ASML의 극자외선 장비를 본따 개발한 중국산 EUV 장비가 시험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할 수 있는 극자외선 장비는 인공지능(AI) 반도체나 고성능 프로세서 등에 필수로 쓰이는 기술이다.
미국은 이미 네덜란드와 협력해 중국이 해당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자체 기술로 EUV 장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의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하원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의 EUV 자체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장비나 부품 수출을 적극적으로 막아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한 셈이다.
미국 정부 차원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넘어 의회에서도 더 엄격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제재 강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중국 사이캐리어(SiCarrier)의 반도체 장비 홍보용 사진.
중국 정부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미국의 압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자체적으로 장비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EUV를 비롯한 노광장비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에 더욱 힘을 싣는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의 규제가 지속되고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떠오른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SMIC와 화홍반도체 등 중국 상위 반도체 기업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최근 특히 뛰어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빛으로 그리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는 고품질 포토레지스트가 필수로 쓰인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이 자체 포토레지스트 기술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기업 실적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SMEE는 노광 장비 분야에서 ASML과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소개됐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노광 장비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며 SMEE의 존재는 중국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장비 경쟁사들과 대결하려면 훨씬 많은 기술적 성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어진 여러 노력과 대규모 투자가 기술력 향상에 기여해 왔지만 아직 분명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된 뒤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강화를 목표로 두고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적극 지원해 왔다.
미국 정치권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만큼 중국 당국의 대응 조치도 활성화될 공산이 크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은 현지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강력한 성장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