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회사에서도 여성들의 ‘유리천장’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성임원이 국내보다 많은 편이지만 고위직급으로 갈수록 수가 줄어드는 문제는 해외에서도 나타나 일부 국가들은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여성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32개 국가의 금융회사 고위급 임원 가운데 평균 20%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
|
|
▲ 바바라 데소어 씨티은행 북미지역 CEO. |
린인재단과 맥킨지앤컴퍼니가 미국 회사 132곳을 공동조사해 발표한 ‘2016년 직장 내 여성’에 따르면 여성임원 비중은 은행·보험·재정서비스업종 회사 19곳의 경우 21%, 자산관리·금융투자업종 회사 14곳은 14%였다.
바바라 데소어 씨티은행 북미지역 CEO나 마리안 레이크 JP모건체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처럼 금융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여성임원들도 있다.
데소어 CEO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35년 동안 은행업과 구조조정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2014년 4월부터 씨티은행 북미지역을 총괄하고 있는데 이곳이 씨티그룹 전체자산의 75%를 차지한다.
레이크 CFO는 미국 최대 규모의 투자금융(IB)회사인 JP모건체이스에서 18년 동안 일하면서 금융투자 관련 경력을 쌓았다. 2012년 11월부터 JP모건체이스에서 재무 관련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회사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30%를 웃돌았다.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싱가포르의 금융회사에서 고위급 여성임원이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데이터뉴스가 지난해 10월에 자산 2조 원 이상인 금융회사 118곳을 조사한 결과 임원 1919명 가운데 여성은 40명(2.1%)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된다.
해외의 경우 임원후보인 관리자급 이상의 여성 직원층이 한국보다 훨씬 두텁게 형성돼 여성임원의 비중도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
린인재단의 조사에서 관리자급 이상 직원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여성의 비중이 은행·보험·재정서비스 50%, 자산관리·금융투자 36%로 높아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들은 금융업이 발달한 역사가 한국보다 긴 경우가 많아 그만큼 여성직원의 진출도 활발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가 뒷받침해 주는 것도 한국보다 나은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올리버와이만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여성임원의 비중 평균치인 20%를 30%까지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1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관리자급 여성직원이 승진하는 과정에서 절반 가까이 회사를 그만두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업무방향과 분위기가 남성 위주로 맞춰져 있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2대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의 여성임원인 프랑수아즈 메르카달-들라살 이사는 여성 관리자들이 이탈하는 이유를 놓고 “시니어급 이상 관리자로 승진한 여성직원들이 남성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하면 종종 거친 반응에 시달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메르카달-들라살 이사는 “특히 일부 남성임원들이 관리자급인 여성직원들의 감정적이고 예민한 특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그들을 낮게 평가하는 일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여성임원 할당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여성임원의 수를 심리적 제한선인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금융회사 임원의 33%가 여성인데 2003년부터 여성임원 할당제를 실시한 점이 기여했다.
현재 노르웨이 외에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이 금융권을 포함해 여성임원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도 2021년까지 금융기업 고위임원 자리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