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이미 현실화, 빅테크 대책 마련 다급해져

▲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미 전력망에 심각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반드시 자체 발전소를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및 이상기후 현상 증가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과 전력 당국은 사업 차질과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 사용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역부족이다.

로이터는 19일 “현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기업들은 부지 선정에 전력망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전력 수급을 위한 인허가를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충분한 송전 용량이나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은 현재 미국 전력 사용량 증가에 가장 큰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터를 가동하려면 고전력 반도체가 다수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 전역에 급격히 늘어나면서 발전소 및 전력망 운영사, 관련 당국과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는 “일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원전 1기 발전량을 초과하는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며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비상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버지니아주 전력회사에서 지난해 공급한 전체 전력의 약 4분의1이 데이터센터 가동에 활용되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올해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평균 전기 요금을 7% 인상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텍사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전력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텍사스 당국은 이미 전력망 비상사태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급격한 수요 증가에 따른 약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 통계를 보면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4%에서 2028년에는 최대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 공급량은 인공지능 인프라 분야의 수요 증가를 따라잡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 지연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미국 'AI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이미 현실화, 빅테크 대책 마련 다급해져

▲ 구글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서버 장치 사진.

로이터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비중이 특히 높은 버지니아의 전력 공급사가 서버 운영사를 비롯한 대형 사용자 전용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 부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더 높은 요금을 내도록 해 일반 가정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전력 수요가 높은 ‘피크타임’을 피해 설비를 가동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조절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도 전력망 공급 부족이나 전기요금 상승이 사업에 미칠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는 데이터서버 냉각에 액체 및 자연풍 활용을 늘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당국과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도 결국 급증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려면 반드시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춰내도록 해 기존 전력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사기관 모니터링애널리틱스는 “대형 데이터센터에 발전 설비 구축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현재 전력망의 에너지 공급 능력은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모니터링애널리틱스는 이런 추세가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며 지금과 같이 기존 전력망에 데이터센터가 과부하를 주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향후 막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도 점차 안정적 전력망을 확보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나 자체 발전소 투자 확대를 비롯한 대안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인공지능 열풍이 미국의 전력 수요 상황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확장 체계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