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아동수당 지급과 아동수당세 징수 법안을 발의했다.
12세 이하 아동에게 월 30만 원까지 아동수당을 주고 고소득층과 법인에게 목적세를 걷어 재원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평가와 재정에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 아동수당 예산 마련 위해 상속·증여세에 추가 세부담
10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의원은 7일 아동수당의 지급에 관한 법률안과 아동수당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33명과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홍의락 무소속 의원 등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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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
아동수당법 제정안에 따르면 0~2세 아동은 월 10만 원, 3~5세 아동은 월 20만 원, 6~12세 아동은 월 3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
아동수당은 지역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바우쳐 형식의 아동수당 이용권으로 지급된다. 대규모 점포나 인터넷쇼핑몰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수급 대상자는 중위소득의 200% 이하 소득 가구다. 2016년 기준중위소득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879만 원 이하에 해당한다. 전체 인구의 93.21%로 소득 상위 일부 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또 소득에 상관없이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서 아동수당이 모두 지급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간 550만 명의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관건은 연간 약 15조 원으로 예상되는 재원 마련 방법이다. 박 의원은 목적세인 아동수당세를 부과해 이를 충당하려고 한다.
박 의원이 발의한 아동수당세법에 따르면 이자 및 배당소득자, 과세표준 200억 원 이상 법인, 개별소비세 납세자는 부과 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아동수당세를 더 내야 한다.
고소득 상류층을 겨낭한 목적세인 만큼 상속 및 증여에 대한 세금 부담은 더 크다. 상속세 및 증여세 납세 의무자는 상속 및 증여세의 30%에 해당하는 아동수당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6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한다면 상속세와 별도로 1조8천억 원의 아동수당세를 추가로 내야한다는 의미다.
개별소비세의 경우 현재 자동차와 유류, 가전제품 등에도 부과되고 있어 사치세로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동수당세의 경우 개별소비세 부과 품목 중 자동차와 유류, 가전제품 등을 제외하고 보석과 귀금속류, 사행산업 등 사치품목에 대해서만 적용해 고소득 상류층 대상 목적세의 효과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 아동수당세, 국회 넘어 대선에도 바람 일으킬까
아동수당세법안은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지정이 신청돼 있다.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수 있어 연내 통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동수당세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사회적 논의가 먼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도입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반면 야권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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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9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수당에 대해 “전형적인 복지포퓰리즘”이라며 “10년간 150조 원의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금살포”라고 비판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도 아동수당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아동수당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고 기존 제도와 어떻게 연계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 의원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 못하면 나라가 없어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이고 우리나라 장래를 밝게 하는 제도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재원 마련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는 정부에 쓴소리도 날렸다. 박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신중론에 대해 “한가한 소리”라며 “사회통합세로 9조 정도 세수를 확보하고 세출구조 개선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내년 저출산 항목으로 배정된 예산 24조 원 가운데 실제로 저출산과 관계가 크지 않은 CCTV나 템플스테이 지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수당안은 연간 투입 예산이 15조 원으로 작지 않은데다가 최근 부각된 저출산 문제와 연계된 만큼 내년 대선 국면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박광온 의원실 관계자는 “연내 통과보다는 내년까지 염두에 두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며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아동수당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선두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아동수당 도입계획을 밝히며 관련 이슈 선점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6일 사실상 대선 출정식으로 여겨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심포지엄에서 “획기적인 출산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아동수당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