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성희 페이스북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만 가능해 집단적 피해가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집단소송의 문제는 소송의 ‘남용’이 아니라 피해를 구제하지 못하는 데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홍콩 H지수 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들이 내년에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증권집단소송’이 중요한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성희 의원은 최근 집단소송 대상을 확대하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입법을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강 의원은 이 외에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맹사업공정화법 개정안’ 등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8일 강성희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법안 발의 취지와 의정 활동 방향 등을 직접 들어봤다.
- 집단소송 대상을 증권분야에서 금융거래 전반으로 대폭 확대하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발의한 배경은.
“집단소송제도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뿐만 아니라 동일한 피해자 모두에게 기판력이 적용되는 소송제도로 소액·다수 피해자의 손쉬운 피해 배상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집단소송을 의식해 불법행위를 회피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만 가능해 집단적 피해가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해 소액·다수 피해자의 피해배상을 수월하게 하고 금융관련 범죄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법안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서 법률의 제명을 ‘금융관련 집단소송법’으로 바꾸고 집단소송 적용범위를 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전체로 확대했다.”
- 집단적 피해가 발생된 금융거래에서 집단소송법이 적용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면.
“현재 법률에 따라 집단소송이 적용되는 범위는 허위공시·분식회계·부실감사·주가조작 등 자본시장법 일부조항을 위반한 경우로 한정돼있어 그 폭이 매우 좁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키코(KIKO)나 저축은행 사태, 동양사태를 비롯해 ELS 관련 분쟁,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도 집단적 피해가 컸지만 집단소송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 일각에서는 개정안대로 입법되면 CEO(최고경영자)를 정조준한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도입 당시 그런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2005년 집단소송법이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10건뿐이다. 이른바 ‘남소’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은 집단소송에 해당되는 요건이 너무 엄격해 ‘남소’가 아니라 ‘과소’한 게 문제다."
-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최저수익을 보장하고 최저수익에 가맹점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포함하도록 한 ‘가맹사업공정화법 개정안’과 관련해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의 수익과 고용을 본사가 보장하는 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랜차이즈와 같은 가맹계약은 명목상으로는 독립적인 사업자 간 거래다. 하지만 편의점 할인 품목이나 치킨집의 조리 방법이 같은 프랜차이즈 안에서 동일한 것처럼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강한 수준의 종속관계를 보이고 있다.
가맹사업의 통일성을 이유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에 ‘노사관계’에 버금가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하면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지는 것처럼 가맹본부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가맹본부도 가맹점에 대해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미 일부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도입돼있다.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해 가맹계약의 공정화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 가맹사업공정화법 개정안 발의자를 보면 정의당 의원들이 다수다. 국민의힘도 국정감사에서는 가맹본부의 횡포에 관해서는 지적을 하는데 법안과 관련해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가.
“여야를 떠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를 근절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2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가맹점주단체가 협상을 요구할 때 가맹본부에 협의의무를 부여하도록 하는 가맹사업공정화법 개정안을 한사코 반대했다.
여당이 가맹본부 시각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앞으로 더 많은 토론과 설득을 위해 노력하겠다.”
강성희 의원은 1972년 생으로 한국외대 언어인지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고 노동조합 지회장을 맡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끌어냈다.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과 노동자 위원장,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사무국장 등을 맡았다. 2023년 4월5일 전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7년 만에 진보당의 원내진출을 이끌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