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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는 왜 'CEO의 무덤'이 됐을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7-28 2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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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컴즈는 왜 'CEO의 무덤'이 됐을까  
▲ 유현오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를 맡았던 사장은 총 7명이나 된다. 12년 동안 7명이 맡았으니 평균 재임기간은 불과 1.7년 밖에 되지 않는다.

네이버나 구글, 페이스북 등의 CEO들이 10년 이상 장수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히 ‘CEO의 무덤’이라 부를 만하다.


SK컴즈는 왜 이렇게 잦은 CEO 교체를 단행한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SK컴즈가 순수 벤처가 아닌 SK그룹이라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미래를 보고 꿈으로 달려가는 벤처와 달리 SK컴즈는 수익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실적이 부진할 경우 곧바로 CEO 교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SK컴즈 사장 자리는 SK그룹이나 SK텔레콤의 논공행상적 측면에서 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전현직 임직원들은 전한다.

그러다 보니 SK컴즈의 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장이 들어와 단기간의 성과를 올리려 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그룹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이런 과정에서 수시로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조직문화는 경직됐다.

12년 SK컴즈 역사에서 그나마 장수했다고 할 수 있는 CEO는 2대 유현오 사장과 5대 주형철 사장 두 명뿐이다.

초대 서진우 사장과 6대 이주식 사장은 겨우 1년을 버텼고 3대와 4대를 맡은 조신 사장과 박상준 사장은 겨우 6개월 남짓 자리를 지켰다.

◆ SK컴즈의 황금기 이끈 유현오

유현오 사장은 SK텔레콤 경영전략실장으로 있다가 2004년 3월 서진우 사장에 이어 SK컴즈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1983년 SK에 입사한 유 사장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유무선 통합브랜드인 ‘네이트(NATE)’와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을 만든 장본인이다.

유 사장 시절 SK컴즈는 전성기를 누렸다. 2003년 402억 원이라는 영업적자를 냈던 SK컴즈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2004년 1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005년과 2006년 각각 232억 원과 193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네이트가 네이버와 다음에 이어 국내 포털 사이트 업계 3위에 오른 것도 유 사장 임기중 일어난 일이다. SK컴즈는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 인수로 야후코리아를 제쳤다. 당시 두 회사의 인수를 주도한 사람이 바로 유 사장이었다.

SK컴즈의 대표상품인 싸이월드는 당시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2005년 8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 9명은 SK컴즈 본사를 방문해 싸이월드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직접 물어보며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유 사장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기존의 블로그와 SNS를 결합한 1인 미디어로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유 사장은 싸이월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했다. 2005년 6월 중국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일본에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6년 8월 국내 커뮤니티 서비스 가운데 최초로 인터넷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했다.

유 사장은 SK컴즈가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IT산업은 이미 유아단계를 지나 거대기업이 등장하는 단계에 왔다”며 “결국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기업이 필요한데 SK컴즈가 바로 그러한 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으로 유 사장은 임기 동안 인수합병(M&A)에 집중했다. 2005년 온라인교육 전문업체인 ‘이투스’를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전문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를 사들였다. 또 같은해 엠파스와 합병하며 포털 사이트 1위 네이버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유 사장은 2007년 8월 갑작스럽게 SK컴즈를 떠나 SK텔레콤으로 돌아갔다. SK텔레콤은 유 사장에게 미국 인터넷사업을 맡기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 사장이 싸이월드의 성공만 믿고 방만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SK컴즈를 적자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자리에서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SK컴즈는 2007년 반기 기준으로 33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싸이월드와 SK컴즈의 몰락이 시작됐다.

  SK컴즈는 왜 'CEO의 무덤'이 됐을까  
▲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 흑자 달성 꿈 끝내 못이룬 최장수 CEO 주형철

유 사장이 물러난 이후 SK컴즈는 조신 사장과 박상준 사장의 투톱체제로 한동안 운영됐다. 그러다가 2008년 1월 박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고 같은해 7월 주형철 사장이 새로운 CEO로 임명됐다.

주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SK에서 상무를 맡고 있던 최태원 SK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내 핵심실세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SK텔레콤 시절 무선인터넷사업추진팀장과 U-biz 개발실장 등 최태원 회장이 핵심 전략사업으로 지목한 사업들을 진두지휘했다.

이를 반영한 듯 주 사장은 SK컴즈 역대 사장 중 최장기간인 3년8개월 동안 자리를 지켰다.

주 사장은 취임 후 곧바로 조직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주 사장은 “SK컴즈를 가장 인터넷 기업다운 회사로 바꿀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에 뿌리내린 대기업식 경영 마인드를 버리고 다시 벤처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사장은 유 사장 시절 SK컴즈가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해 기대하던 시너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주 사장은 “이윤창출을 위해서 과감히 포기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방대해진 SK컴즈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주 사장의 첫 번째 목표는 이투스였다.

주 사장은 2005년 인수 이후 싸이월드와 시너지가 적었던 이투스를 자회사로 2008년 11월 분할했다. 이듬해 SK컴즈가 보유하던 출판사업까지 이투스에 넘겼다. 그뒤 2009년 청솔학원에 이투스를 500억 원에 팔았고 2012년 2월 남아있던 이투스 지분마저 전량 공개매각하면서 교육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본업인 포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조정도 이어졌다.

주 사장은 2008년 말 네이트에 엠파스를 통합시키며 2년 넘게 이어진 ‘한 지붕 두 포털’ 체제를 끝냈다. 2009년 싸이월드의 메인 페이지를 네이트에 통합시켰다. 주 전 사장은 이를 통해 중복회원을 줄여 관리를 편리하게 하고 네이트의 검색광고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

주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2009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SK컴즈는 2010년 17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2423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주 사장은 2011년 7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 명의 이름과 ID,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가 중국해커를 통해 유출됐고 이에 따른 2차피해까지 발생해 사용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주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들게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발방지와 고객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번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기란 어려웠다. SK컴즈는 사용자들의 집단탈퇴를 막지 못했고 결국 2011년 영업이익이 44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주 전 사장이 물러난 2012년의 경우 무려 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또 다시 2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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