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 10월1일부터 전환 기간에 들어간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는 규제 대상에 들어간 기업들의 부담이 클 수 있어 이를 경감해줄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10월부터 유럽연합(EU)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파악해 보고할 의무가 부과되는 가운데 철강과 시멘트 등 부담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탄소경영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 수출기업들이 과도한 보고 의무를 경감하고 한국의 탄소배출권을 유럽연합에서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는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으로 인한 업계의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전환 기간이 시작되면 수출 기업들은 유럽집행위원회에서 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내재배출량을 산출하고 이를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2024년 전까지는 배출권을 구매할 의무는 없지만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신고되지 않은 내재배출량 1톤당 보고서의 과실 여부 등을 고려해 10~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유럽연합 수출액은 약 681억 달러(약 91조 원) 가운데 이번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철,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그리고 전기까지 6개 품목이 차지하는 금액은 51억 달러(약 6조8763억 원)로 추산됐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며 향후 저탄소 배출 상품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기업들은 탄소 중립 경영과 저탄소 공급망 재편 등 장기적 탄소경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출권 가격도 지불해야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배출량 산정을 위한 절차 도입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들은 유럽연합에서 부여한 의무가 규제 대상 물품, 특히 철강 및 알루미늄을 납품 받아 최종재를 생산하는 업체에 과도한 보고 및 자료 수집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원료 생산부터 최종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발생한 탄소 배출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배출권 거래제도(K-ETS)에 따라 구매한 배출권을 유럽연합에서도 인정 받을 수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는 보고서를 제출할 때 원산지국에서 지불한 탄소가격을 감면해주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한국 배출권 거래제도에서 지불한 비용을 조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집행위원회 건물. <위키미디아 커먼스> |
26일 현재 한국 배출권 거래제도에 따른 배출권 가격이 1만2천 원이고 유럽연합 배출권이 약 82유로(약 11만8천 원)이다.
두 배출권 사이의 배출권 가격 격차가 큰 탓에 적용 여부가 불확실해 정부의 제도적 개선 또는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제출의무대상 내재배출량 정보 측정관리 체계 구축 지원과 유럽연합 제도아래 국내 탄소배출권 인정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보고 의무를 경감시켜주기 위해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2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대상국 다변화를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탄소국경조정제도 이행법안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제정되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이 추가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공동으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기업설명회’를 열고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유럽집행위원회에서 제시한 탄소국경조정제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