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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기대 거는 SK하이닉스, 박정호 고대역폭 메모리로 패러다임 바꾼다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04-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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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기대 거는 SK하이닉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고대역폭 메모리로 패러다임 바꾼다
▲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29일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SK하이닉스 >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에서 지난 10년 동안 선제적으로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인공지능(AI) 시장의 개화로 빛을 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HBM 성능을 2배 더 높이기 위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까지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HBM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다. D램을 여러 개 적층하면 기반 면적당 훨씬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데 이 때문에 HBM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챗GPT가 이끄는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시대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는 미국에 HBM과 관련된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신설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보다 앞서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고대역폭의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것인데 최신 제품인 HBM3 양산을 시작한 곳도 SK하이닉스밖에 없다. 2022년 6월부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가장 앞선 미국 엔비디아에 HBM3을 공급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월29일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10년 이상 지속해서 HBM 기술을 개발해온 준비 과정 끝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2년 경쟁사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며 “유수의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 구매할 정도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2022년 기준 50%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0%, 10%에 그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시작된 반도체업황 악화로 실적 및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 HBM에서 활로를 모색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에 기대 거는 SK하이닉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고대역폭 메모리로 패러다임 바꾼다
▲ 더 많은 대역폭을 가지는 HBM의 장점. < SK하이닉스 뉴스룸 >
특히 HBM은 수익성 측면에서 일반적인 D램보다 훨씬 유리하다.

박 부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가 HBM를 납품하는 가격이 200달러(약 26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올해 4월 초 기준 PC용 제품인 DDR4 16기가비트(Gb)의 현물가격보다 60배 이상 비싼 것이다.

물론 HBM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기존 D램보다 훨씬 비싼 만큼 채용되는 곳이 고성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서버 등으로 수요처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을 비롯해 중국 바이두와 같은 IT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처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HBM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반도체 사이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만큼 HBM의 필요성이 커진다.

트렌드포스는 “HBM은 현재 전체 D램 시장의 1.5% 비중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HBM 솔루션 시장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0~4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경쟁우위를 지키기 위해 HBM 성능을 기존보다 2배 더 높일 차세대 패키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문기일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2일 디일렉 주최의 ‘2023 어드밴스드 반도체 패키지 혁신공정 콘퍼런스’에서 “HBM은 동작속도 향상에 따른 발열 문제를 개선하는 게 차세대 패키징과 관련한 고민 중 하나”라며 “열전도율이 높은 산화알미늄, 알루미나 같은 소재 적용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HBM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는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 데' 초점을 맞춘 산업으로 발전해왔다. 이 때문에 메모리반도체는 수년을 주기로 사이클이 형성되고 하락기에 들어서면 반도체 기업들은 수 조원의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VR, AR과 같은 산업이 발달하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더 큰 용량과 더 큰 대역폭을 제공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질 공산이 크다.

결국 메모리반도체도 시스템반도체처럼 업황에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위주의 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주역인 김형수 부사장은 SK하이닉스 뉴스룸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그간 유지해온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패러다임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고객의 변화 요구에 맞춰 발 빠르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체질로 변화하고 있다”며 HBM3 역시 사용 용도에 따라 고객별로 최적화돼 개발된 사례“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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