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부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대통령실과 마찰이 있었다. 또 사퇴하기 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가운데 한 명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퇴를 두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윤심'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나경원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자택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나 부위원장의 사퇴부터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견제, 권성동 의원 불출마까지 ‘윤심’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비전이나 개혁에 관한 메시지 없이 누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지로 경쟁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초청토론회에서 “지금 당대표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모든 분 중에 대통령 이름을 팔지 않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말처럼 국민의힘 당 대표 주자들은 저마다 ‘윤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윤심’이 가장 기운 것으로 평가되는 김기현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과 당이 따로 놀면 큰일이 난다”고 말하며 자신이 윤 대통령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도 9일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 연대보증인이자 운명공동체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께 힘이 되는 대표가 되기 위해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반영을 하지 않고 당원투표로만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반윤’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윤심’ 논란을 키운 점도 있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일부 후보만 관저로 초청하는가 하면 “총선은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 부위원장을 향해 비판을 넘어 “상종 못할 사람”이라고 비난할 떄 침묵했다.
최근 불거진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 사이의 갈등도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의사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드러났다는 시각이 많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을 때는 ‘당권 도전을 하지 마라’는 뜻이 내포됐다"며 "거기에 반대되는 방향을 보이니까 그런 격한 반응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바라봤다.
여기에 친윤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드러내며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관해 “(나 부위원장이) 무리수를 감안하고 나오면 잃는 것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에서 나 부위원장을 향해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맞섰던) ‘유승민의 길’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렇듯 ‘윤심’에 비켜있는 사람들의 당 대표 출마 자체가 봉쇄되는 흐름에 비판이 제기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심 1위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고 당헌·당규를 바꿨는데 당심에서 나 부위원장이 지지를 얻자 (당 대표에) 나가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며 “선거를 왜 하나, 차라리 대통령이 그냥 당 대표를 지명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주자들이 ‘윤심’에만 매달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에 개혁 아젠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관해 “당을 이끌고 나라를 이끌기 위한 비전과 생각을 국민들한테 과시해야한다”며 “전당대회는 생각의 잔치여야 하는데 (지금) 누구랑 친하다는 메시지만 나오고 있어서 민망하다”고 바라봤다.
정치권 안팎에서 당 대표 선거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너무 많이 개입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이를 진화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의 갈등을 묻는 질문에 “정무직을 하면서 왜 정치에 관여하느냐는 것이지 (당권개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대통령실의) 당에 대한 관여라고 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