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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회장의 1등 펩시 비결, 가족 리더십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7-07 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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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이 회장의 1등 펩시 비결, 가족 리더십  
▲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려는 엄마는 죄책감을 품게 된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이 스스로에 대해 한 말이다. 누이는 2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CEO와 엄마라는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누이는 세계 최고 음료기업인 펩시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동시에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누이 회장은 “여성은 흔히 (직장인과 어머니라는 역할) 모두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단지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기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딸들의 학예회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일 등 개인적 사연을 얘기하며 “딸에게 내가 좋은 엄마인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지 모르겠다”고 말끌을 흐렸다.

그런데도 누이는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인과 어머니 모두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역할의 양립은) 어렵지만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만 품은 채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펩시를 ‘여자가 많은 기업’으로 만들다

누이는 2007년 5월 펩시코 이사회 회장으로 임명됐다. 펩시 CEO로 전격 발탁된 지 약 1년 만에 펩시의 명실상부한 총수가 됐다. 1994년 펩시에 입사한 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12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셈이다.

당시 언론은 인도계 여성인 누이가 ‘가장 미국적 기업’으로 손꼽히는 펩시 CEO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누이는 그 이전에도 펩시가 미국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펩시는 1959년 사장인 알프레드 스틸이 사망한 뒤 그의 지분을 물려받은 아내이자 배우인 조안 크로포드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임명해 1973년까지 회사 경영에 참여시킨 일이 있다.

누이는 CFO 시절부터 회장 취임 이후까지 그런 펩시의 전통을 가꾸고 키워냈다. 2007년 펩시의 전체 임원 가운데 25%가 여성이었다. 이후에도 여성임원 비중은 계속 증가해 2년 뒤 30%를 넘겼다.

누이는 이를 놓고 “여성은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며 “남성 위주로만 회사를 구성하면 까다로운 여성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누이가 여성 임원을 늘린 뒤 펩시의 매출은 꾸준히 올라갔다. 그는 2001년 펩시 CFO가 된 뒤 여성임원을 적극적으로 임명했는데 회장이 된 2007년 매출은 CFO가 막 되었던 시기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게일 퀸트 펩시 사내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여성임원의 실적이 남성임원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이 우리가 왜 여성임원을 보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펩시의 사례를 들며 “여성임원을 많이 둔 기업이 남성지배적 회사보다 주주들에게 3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누이는 임원뿐 아니라 일반직원을 채용할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 펩시는 다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누이가 회장으로 오른 뒤 펩시는 ‘인종의 전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약 20만 명의 직원 중 여성과 소수민족 비율이 30% 이상 올라갔기 때문이다.

펩시는 2009년 기준으로 미국 주식회사 중 소수인종과 여성 채용 비율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2위다.

회사 바깥에서도 여성이나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기업과 거래하는 구매 프로그램을 도입해 연 매출 2억5천만 달러가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누이 회장의 1등 펩시 비결, 가족 리더십  
▲ 펩시콜라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 가족적 리더십으로 펩시 기업문화를 바꾸다


누이는 이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이 회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도움을 줬다. 그는 소수인종인 여성직원과 백인 관리자가 각자 한 명씩 상대를 맡아 도움을 받는 ‘파워페어스’ 제도를 장려했다.

백인 관리자는 여성직원에게 회사에서 유용한 성공법을 가르친다. 여성직원은 미국의 소수민족 사회 특성이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관리자에게 알린다. 누이는 이 제도를 통해 여성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업무에 적응하면서 회사에 도움을 주도록 만들었다.

누이는 여성직원들에게 가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펩시직원들에게 “일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며 “펩시직원이기 전에 한 아이의 부모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누이는 이를 놓고 펩시가 가족을 상대로 상품을 파는 기업인만큼 직원들도 가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누이의 방침에 따라 펩시는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후생복지 정책을 늘렸다. 또 새로 입사한 직원이 능력을 입증할 경우 입사시점에서 6개월이 지나면 작은 팀을 직접 맡아 관리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인재를 끌어들이면서 가족도 돌볼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누이는 이를 놓고 “펩시직원들이 출근할 때 항상 신이 나길 바란다”며 “이것은 최고의 결과를 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누이는 ‘가족적 리더십’으로 펩시의 기업문화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이는 펩시임원들의 부인에게 ‘남편의 긴 근무 시간에도 내조를 잘 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서 보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누이의 리더십에 대해 “누이와 같은 인도 출신 경영인들은 참여적 경영을 하는 편”이라며 “이것이 직원들 간의 강한 연대를 만들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 회의중에도 자녀 전화 먼저 받는 슈퍼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머니 20인’을 선정했다. 여기서 누이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포브스는 “누이는 회사 임원회의 중 자녀에게 전화가 오면 당장 전화부터 받는다”며 일과 가정을 훌륭하게 꾸리는 ‘슈퍼맘’에 비유했다.

누이의 이런 슈퍼맘 특성은 그의 어머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1955년 인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누이의 어머니는 딸에게 큰 꿈을 심어줬다. 누이는 “저녁식사를 할 때마다 어머니가 나와 언니에게 총리 같은 고위직에 오르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누이가 가족을 중시하는 것도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가 펩시 CEO가 된 뒤 이 소식을 전하러 찾아갔다가 어머니에게 ‘우유를 사오라’는 말부터 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서운함을 표시하자 어머니는 “집에 들어올 때 네가 밖에서 썼던 왕관을 벗고 들어와야 한다”며 “집에서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이자 엄마라는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이는 이런 ‘가족적 리더십’이 어머니의 가르침을 기업경영에 적용한 결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이는 1980년대 초 미국 시카고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프리타’와 ‘타라’라는 두 딸을 뒀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의 2012년 2월 보도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를 대신해 전업주부 역할을 맡고 있다. 큰 딸인 프리타는 누이의 뒤를 이어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둘째 딸 타라는 2012년 8월 누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누이는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에서 일과 가족들에 대한 생각을 일부 털어놓았다.

그는 “내 삶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펩시코, 둘째도 펩시코, 셋째도 펩시코”라며 “(펩시코) 다음이 두 딸과 남편 및 부모 순”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여성 직장인이 가족들을 돌보며 성공하는 것이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누이는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봐주고 주변 친척들도 이를 지원하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혜택을 봤다”며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면 가족제도를 활용하는 쪽이 좋다”고 조언했다.

누이는 2008년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훌륭한 CEO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며 “그렇지만 하루 중 2시간은 좋은 엄마가 되고 30분은 좋은 아내로 지내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CEO만큼이나 엄마와 아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누이 회장의 1등 펩시 비결, 가족 리더십  
▲ 인드라 누이 펩시코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 사업 다각화로 펩시를 바꾸다


펩시는 지난 4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2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지난해보다 0.3% 증가한 126억2천만 달러였다. 

전문가들은 실적발표 전 펩시의 1분기 매출이 124억3천만 달러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사업인 선진국 음료시장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스낵 판매가 늘어나면서 펩시는 한시름을 넘겼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누이의 사업다각화 노력이 펩시의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펩시에 들어온 이후 꾸준히 탄산음료가 아닌 다른 사업분야 진출을 시도했다.

그는 1998년 주스제조업체 ‘트로피카나’를 인수합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01년 138억 달러를 들여 스포츠음료 브랜드 ‘게토레이’를 소유한 식품회사 퀘이커오츠를 인수했다.

누이는 2006년 8월 CEO가 된 뒤 ‘리프레시’ 정책을 주창하며 펩시 경영방향을 바꿨다. 그는 코카콜라와 벌인 경쟁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 시장만 쳐다보지 않고 스낵과 건강식품 등을 포괄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취임 직후 “펩시의 포트폴리오는 갈수록 건강을 의식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바탕을 둔다”고 말했다.

누이는 2010년 3월 “소비자들은 몸에 좋은 것을 찾고 있다”며 10년간 건강음료 부문 매출을 현재의 3배 이상인 3백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해 펩시는 북미시장 유통망 장악을 위해 78억 달러를 주고 병음료업체 2곳을 사들여 통합했다. 같은 해 러시아 최대 식음료업체 웜빌단을 58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누이의 이런 경영 방향은 인도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11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날마다 물을 3통씩 길어왔다”며 “가족들이 모두 그것을 마시고 밥을 하고 빨래에 씻기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펩시에 입사하면서 건강식품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는 말도 했다.

  누이 회장의 1등 펩시 비결, 가족 리더십  
▲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 만년 2등 펩시, 코카콜라를 제치다


누이는 1978년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2년 전 캘커타인도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존슨앤존슨 뭄바이사무소에서 일하다 급작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

예일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밤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여름 인턴인 서머잡에 지원했을 때 정장을 살 돈이 없어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면접장에 가기도 했다.

누이는 악전고투 끝에 1980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모토롤라에서 일했다. 그는 1994년 제너럴일렉트릭(GE)과 펩시로부터 입사제의를 받았다.

누이가 고민하자 당시 펩시코 CEO였던 웨인 캘러웨이는 “GE는 훌륭한 회사지만 펩시는 당신을 필요로 한다”며 “당신을 위한 특별한 직장으로 펩시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훗날 누이는 “그 말을 듣고 주저 없이 펩시를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누이는 펩시 입사 후 승승장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7년 만인 2001년 5월 CFO에 임명됐다. 펩시는 이 시기에 시가총액 1044억 달러를 기록해 경쟁사인 코카콜라를 제쳤다. 펩시가 만년 2등에서 1등으로 도약한 때였다.

누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8월 펩시코 CEO가 됐다. 다음해 5월 펩시코의 첫 여성 회장이 됐다. 그는 포츈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중 CEO와 회장직을 모두 보유한 다섯 번째 여성 기업인에 올랐다. 포츈이 매해 뽑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명단에서 2006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누이는 2012년 북미 콜라시장에서 펩시가 코카콜라와 다이어트 코크에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사업다각화에 치중하느라 주력사업인 탄산음료에 지나치게 소홀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헤지펀드인 트라이언펀드 매니지먼트 운영자 넬슨 펠츠는 지난해 7월 누이에게 직접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음료부문은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펠츠는 펩시코와 자회사 몬델레즈인터내셔널의 지분을 각각 0.8%와 2.3% 보유한 대주주다.

누이는 펠츠를 여러 번 만나 설득한 끝에 결국 여러 사업분야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현재까지 실적과 수익률로 볼 때 펩시코는 뛰어난 능력의 회사”라며 “강력한 성장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펩시코 사업분야를) 왜 쪼개냐”며 누이를 지원사격했다.

누이는 올해 1분기에 펩시가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내면서 계속 사업다각화를 추진할 원동력을 얻었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닉 모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펩시는 전 세계 시장에서 굳건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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