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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달리 순항하는 비결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5-09 14: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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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이 하림그룹 품에 안겨 순항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의 높은 파도를 만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해운회사들은 글로벌 해운업 시황변동에 부침을 겪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경영자의 능력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달리 순항하는 비결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는 최근 한달 동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사상 최저치인 290을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져 4월27일 715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BDI는 석탄, 철광석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벌크선 운임 경기가 호황임을 나타낸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선사다.

해상운송 선박은 크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으로 나뉜다. 컨테이너선은 말 그대로 화물을 규격화된 컨테이너에 넣어 운송하는 화물선을 가리킨다. 벌크선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 등 화물을 포장하지 않은 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을 뜻한다.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와 벌크선 사업부문을 대개 병행하지만 어느 쪽 비중이 높은지에 따라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로 구별되어 불린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비중이 각각 지난해 전체 매출의 90%대와 70%대로 압도적으로 높다. 두 회사가 컨테이너선사로 불리는 이유다.

반면 팬오션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가 벌크사업부문에서 나왔다. 팬오션에 이어 벌크선사 2, 3위를 올라있는 에이치라인해운과 대한해운도 벌크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적 양대 컨테이너선사를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업 장기침체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나란히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는 팬오션의 경우를 들어 두 회사의 경영위기 원인을 해운업 불황만 탓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팬오션은 지난해 6월 1조 원에 하림그룹에 인수됐다. 팬오션은 한때 부채비율이 2000% 이상으로 치솟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법정관리를 받았다. 팬오션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고비용 장기운송 계약을 정리한 뒤 지난해 영업이익 2294억 원을 내는 수익성 높은 회사로 탈바꿈했다.

팬오션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연간 2천억 원대의 흑자를 내는 백조로 탈바꿈한 데는 법정관리를 거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팬오션 부채비율은 80% 아래로 떨어졌고 모그룹의 지원도 기대를 받고 있다. 아직 하림과 관련된 직접적 매출은 미미하다. 하지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팬오션을 한국의 카길로 만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곡물사업 확대에 따른 매출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올해 팬오션이 매출 2조1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매출은 1조8천 억 원이었다.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팬오션의 매출을 2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포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팬오션,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달리 순항하는 비결  
▲ 추성엽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
해운사 구조조정 위기 속에 팬오션이 순항하고 있는 데 대해 추성엽 사장의 경영능력도 주목을 받는다.

추성엽 사장은 서울대 해양학과를 나와 1982년 범양전용선에 입사해 2010년 팬오션을 떠날 때까지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다.

추성엽 사장은 지난해 하림그룹 인수가 확정된 뒤 김홍국 회장과 함께 팬오션 대표이사에 오르며 5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팬오션이 이른 시일 안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기까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안정적인 ‘2인3각’ 체제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를 맞은 원인으로 경영자의 리스크도 지적되고 있다는 점과도 대비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공통적으로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 다 해운업에 대해 사실상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며 “해운업 호황기에 비싸게 용선료 장기계약을 맺는 등 경영적 판단오류가 결과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부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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