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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 어떻게 살려낼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12-08 16: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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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 어떻게 살려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연 삼성엔지니어링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이번 유상증자 참여도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읽힌다.

물론 오너가 직접 나선다는 점을 보여줘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뜻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 벗어난다고 해도 경영정상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되면 사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 이재용, 책임질 일 피하지 않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최대 3천억 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한 것은 삼성그룹 오너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 오너 일가가 지분확보 목적 이외에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이 때문에 1조2천억 원이나 되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과연 성공할지 의심의 눈초리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SDI가 최대주주인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해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런 위치 탓에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소홀히 하고 여차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투자차익을 거두거나 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며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유상증자에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이 일정부분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 부회장이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참여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8일 전일보다 13.98%나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도 높아졌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사재 투입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오너로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메르스 사태를 놓고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론이 떠오르자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 어떻게 살려낼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의 삼성엔지니어링으로 탈바꿈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얼마나 얻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기존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실권주를 취득하게 된다. 물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들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주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이 부회장이 최대 3천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유상증자 지분의 25%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 증자가 순조롭게 끝나면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9.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삼성SDI가 13.1%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삼성SDI가 기존 주주에게 허락된 최대 물량을 초과청약한다 해도 이 부회장 지분에는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최대주주가 될 경우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반등은 더욱 절실해진다.

문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향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건설사의 글로벌 영업환경이 앞으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하락으로 세계 플랜트시장이 위축돼 빠른 영업회복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룹의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도 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부 환경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빠른 실적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계열사 물량 수주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 대수술에 나서나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의 근본적인 수술을 위해 사업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을 사업개편 대상으로 삼는다면 유력한 방안은 삼성중공업과 합병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올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돼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능력과 삼성중공업의 시공능력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세웠으나 예상을 넘는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쏟아져 합병계획은 철회됐다.

  이재용, 삼성엔지니어링 어떻게 살려낼까  
▲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여전히 합병 재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단지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다. 두 사장은 올해 연말 사장단인사에서도 유임됐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애초 삼성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을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건설부문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 삼성물산(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분산돼 있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뒤 방향을 틀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다. 최근 통합 삼성물산 조직개편에서 기존 리조트·건설부문의 건설사업을 떼어 건설부문으로 이관하기로 하면서 건설부문의 소통합은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건설부문의 대통합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하게 되면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6.4% 보유하고 있는데 3천억 원을 투입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0% 가까이를 확보할 경우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증가하게 된다.

증권가에서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만들어 정점에 세우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양 날개로 삼는 지배구조 단순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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