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이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력 높이기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배터리 제조사들이 요구받는 기술 수준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LG화학의 경쟁사들도 차세대 배터리를 향한 계획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
김 사장은 이들과 기술격차를 유지해야 하는데 어깨가 무겁다.
26일 LG화학에 따르면 차세대 배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NCMA배터리의 양산을 이르면 2022년 시작한다.
NCMA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조합해 만든 양극재가 들어간 배터리다. 니켈, 코발트, 망간만으로 만든 양극재가 쓰이는 NCM배터리가 진화한 형태다.
이 배터리는 양극재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코발트의 함량이 낮아진 대신 저렴한 알루미늄이 들어가 생산원가가 기존 NCM배터리보다 싸다. 게다가 니켈의 함량이 높아져 출력도 NCM배터리보다 강력하다.
LG화학은 2022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에서 GM과 합작해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 NCMA배터리를 생산해 GM의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LG화학은 세계에서 최초로 NCMA배터리를 양산하는 배터리 제조사가 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다른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지 NCMA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더 개선할 여지도 있다”며 “LG화학은 기술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게 산업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봤다.
김명환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LG화학의 배터리기술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화학의 오픈 이노베이션(연구 협업)폭을 넓히기 위해 현대차, 기아차와 함께 배터리 기술 스타트업의 발굴을 추진하는가 하면 고려대학교와 배터리 산학협력도 맺는 등 기술이 있는 곳을 꾸준히 찾고 있다.
김 사장의 목표는 LG화학의 전고체배터리와 장수명배터리(수명이 긴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전고체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배터리다. 이 배터리에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이 쓰인다.
배터리의 화재 위험이 적은 반면 출력은 높고 전력용량이 커 완성차회사들이 안전성과 주행거리 확대라는 숙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꿈의 배터리다.
장수명배터리도 전기차 가치사슬이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 가운데 하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완성차회사들은 배터리의 출력과 용량, 안전성만큼이나 수명도 중시한다.
이런 차세대 배터리들의 도입 예상시점은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전기차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배터리 제조사들이 요구받는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그동안 테슬라에 원통형배터리를 독점공급하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테슬라가 LG화학과 중국 CATL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기 시작하자 일본 도요타와 손잡고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개발을 시작했다.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다.
쩡위췬 CATL 회장은 최근 배터리 수명을 기존보다 6배가량 늘린 장수명배터리의 개발을 마쳤으며 언제든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으로서는 LG화학이 이런 경쟁자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연구개발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전기차시장의 급성장으로 완성차회사들이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고객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테슬라의 로드러너(Road Runner) 프로젝트를 주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테슬라가 전기차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 위한 계획으로 이르면 6월, 늦어도 9월 안에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5월 독일 폴크스바겐이 스웨덴 배터리회사 노스볼트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배터리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4억5천만 유로(6천억 원가량)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LG화학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이 있는 만큼 이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계획이 곧바로 전기차배터리 수요를 전량 자체 충당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회사들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는 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는 배터리 공급 부족현상을 다소 완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라인업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고급 모델에는 배터리 제조사들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저가형 모델에는 자체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시장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020년 1분기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4월에도 누적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리더십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뜨겁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거의 모든 대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LG화학의 시가총액은 8조 원가량 늘었다.
▲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왼쪽)과 김중훈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이 23일 '배터리분야 산학협력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이 기간 LG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이 2조1천억 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LG화학이 LG그룹 다른 계열사들의 후퇴를 막고 전체 시가총액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김명환 사장의 LG화학 배터리기술 연구는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지속성과도 직결된다.
완성차회사들이 배터리 기술력을 키워 배터리 제조사들을 따라잡거나 경쟁사들의 기술력이 LG화학을 넘어선다면 LG화학도 결국에는 고객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23일 LG화학과 고려대학교의 산학협력 체결식에서 “배터리분야에서 1등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조 및 기술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부적 역량 확보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도 더욱 확대해 LG화학의 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57년 태어나 서울대 공업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석사, 미국 애크런대학교 고분자공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1997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1999년 상무로 LG화학의 배터리연구소장에 올랐다. 2004년 잠시 전지사업부장을 맡은 뒤 다시 2005년부터 현재까지 배터리연구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부터는 배터리연구소장과 함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에 신설된 최고 생산 및 조달책임자(CPO)를 겸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