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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언론의 상징이 된 손석희의 뿌리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09 17: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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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언론의 상징이 된 손석희의 뿌리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으로 꼽힌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조사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 1위 자리를 2005년부터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철옹성이다.

그동안 언론분야 영향력 조사에서 1위 자리에 오른 인물은 단 두 명이다. 1989년 첫 조사부터 2004년까지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1위를 지켰다. 손 사장은 2005년 등장한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와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 손석희 영향력을 낳은 ‘질문 저널리즘’

지금의 손 사장을 만든 80%는 MBC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이다. 시선집중의 힘은 손 사장이 앵커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온다. 손 앵커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그가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내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뿌리를 둔다.

손 사장은 2000년부터 13년 동안 시선집중을 진행하며 4천 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대부분이 생방송이었다. 유명 정치인부터 911생존자, 외국 유명배우까지 그 대상도 다양했다. 첫 방송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커밍아웃으로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은 홍석천과도 인터뷰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그로서 힘든 일이었다. 그는 당시 “출연자나 전화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방송 인터뷰는 취재원의 숨소리와 억양까지 담아내기 때문에 그만큼 돌발변수가 많다. 취재원과 인터뷰를 정리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는 일반보도와 전혀 다르다. 이런 여러 돌발 상황에서도 손 앵커는 특유의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방송 전에 수없이 사실관계와 관련 쟁점을 확인하고 정리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꼼꼼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손 앵커는 뜻밖에도 "진행자가 모든 것을 다 알면 인터뷰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밝힌 적도 있다. 궁금함이 청취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좋은 인터뷰를 위해서 순발력보다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상대와 상황에 대한 집중이 더 좋은 질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질문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손 앵커는 "질문은 곧 듣는 것"이라며 ‘듣는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상대방의 말을 차분히 경청하면서 청취자가 느끼는 궁금한 점을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는 손석희 방식의 질문 저널리즘은 그가 언론인으로서 신뢰를 받는 기반이 됐다.

손 앵커의 기복없는 모습도 신뢰를 쌓는 데 한몫했다. 13년 동안 새벽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크게 눈에 띄는 실수나 방송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 침착하고 냉철해 '냉정하다'는 말을 들었다. 공분을 자아내는 사건과 정치인의 불성실한 인터뷰 등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어조는 손 앵커의 상징이 됐다. 그가 인터뷰 도중 조금이라도 흥분한 모습을 보이면 그 사실이 바로 뉴스가 됐다.

◆ 손석희 통쾌한 일침과 대리만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날카로운 일침을 놓는 것도 손 앵커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손 앵커의 일침을 통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대리만족이었다.

손 앵커는 2003년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반기문 대통령 외교보좌관의 방미계획을 미리 보고 받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윤 장관이 “신문 보도를 참조하시라”고 대답하자 손 앵커는 “이런 인터뷰 태도 갖고는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며 “그러려면 나오지 말야야죠”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의 일침은 국경도 넘어섰다. 가장 많은 화제를 남긴 게 프랑스 여배우와 2001년 벌였던 ‘개고기 논쟁’이다. 손 앵커 스스로도 기억에 남는 인터뷰로 꼽기도 했다.

  바른 언론의 상징이 된 손석희의 뿌리  
▲ 손석희 앵커는 2008년 '시선집중'으로 10년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DJ에게 수상하는 '브론즈 마우스'를 수상했다.

손 앵커는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비난해 온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바로도는 인터뷰 중 “프랑스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거짓말을 일삼는 한국인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바르도는 이 인터뷰에서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 식습관은 세계 각국의 언론이 우습게 봐도 마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손 앵커는 “당신은 인종주의자”라고 맞섰다. 손 앵커는 당시 “한국인이면 몰라도 프랑스, 미국인이라면 결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브리짓 바르도의 강변을 통해 그가 동물애호가라기보다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며 일침을 놓았다.

아나운서 출신의 깔끔한 용모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외모를 통해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느낌을 주는 점도 손 앵커의 인기의 주요 요인이다.

◆ 바른 언론의 상징이 된 MBC 파업과 손석희 구속

손 앵커는 언론 민주화를 위해 싸운 투사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된다.  파란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활짝 웃고 있는 손 앵커의 사진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진짜' 언론인의 상징이 됐다.

손 앵커는 1984년 MBC에 입사해 3년 만에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으며 인기와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1992년 10월 MBC 파업 당시 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을 맡아 파업을 주도한다.

발단은 PD수첩이었다. PD수첩은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촌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예고편까지 나간 상태에서 갑자기 결방이 결정됐다. 최창봉 당시 사장의 지시였다.

MBC 노조는 파업에 나섰고 방송국에 경찰력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MBC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손 앵커를 포함한 일부 노조원이 구속됐다. 당시 노조원들은 상징적 인물인 손 앵커가 구속되면 손실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체포를 막기 위해 경찰이 투입될 당시 그를 포대에 넣어 숨겼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손 앵커는 당시를 회상하며 “시청자가, 시민이 모두 우리를 지지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식적 판단에서 옳은 일이라면 바꾸지 말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원칙에서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는 말도 남겼다.

◆ 언론인 팬덤현상에 대한 경고

손 앵커의 영향력이 언론인의 영향력 그 이상을 넘어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팬덤’의 양상을 띄는 점에 대해서 우려가 나온다. 손 앵커의 모든 실수조차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인간미로 느끼는 현상이 그렇다.

손 앵커는 2008년 유명한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손 앵커는 생방송에서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물가 전반이 오르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계란의 에그(egg)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였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로서 작지 않은 실수였지만 반응은 엉뚱하게 나타났다. 인간적이고 친근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손 앵커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무려 1시간을 지각하고서도 지각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비난받지 않았다. 나중에 ‘시차적응 과정에서 늦잠을 잔 것’으로 밝혀졌지만 청취자들은 친근하다며 호감을 나타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런 ‘손석희 팬덤’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손 앵커는 얼마전 팽목항으로 직접 내려가 뉴스를 진행했는데 그의 의상이 오히려 화제가 됐다. 팽목항에서 보낸 5일 동안 바뀌지 않은 그의 옷차림을 보고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검은 셔츠와 회색 재킷을 입은 그 모습 그대로 유가족을 만나고 인터뷰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러자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런 현상을 우리사회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언론인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와 추종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손 앵커 본인도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 팬덤은 반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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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손석희앵커가 최고의 파워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기본과 상식을 지키기때문이다. 만약에 이를 잃는다면 힘은 점점 잃어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본과 상식을 지키는 언론이 많았다면 최고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2014-05-19 16:3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