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계열사 모험자본 투자 기능을 강화하고 원활한 협업을 이끌기 위해 매트릭스와 같은 형태로 새 협업조직을 구축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10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국가 신성장산업과 신생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벤처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등 중장기 투자 집행계획은 앞으로 사업추진단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그룹 '네오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내놓고 국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데이터와 친환경, 비대면서비스 등 신산업과 신생기업을 포함한 혁신성장 분야에 5년 동안 85조 원 규모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오프로젝트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신한카드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성장산업 분야와 신생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부가 7월부터 '한국판 뉴딜' 종합대책을 확정해 내놓고 신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분야 기업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한금융도 이런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모험자본 투자가 활발해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르는 동시에 신한금융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직접 프로젝트 진행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위원장에 오른 뒤 기존에 있던 그룹 협업조직을 통해 투자 운영체계를 갖춰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혁신금융추진위원회와 디지털전략협의회, 그룹지속가능협의회가 네오프로젝트 관련한 과제 설정과 업무를 나누어 담당하며 각 계열사 관계부서가 이들 조직과 협업한다.
조 회장이 적극적 의지를 보인 만큼 더 나아가 모험자본 분야 업무를 전담하는 매트릭스 형태 협업조직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할 가능성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구조는 의사결정과 투자 실행속도가 늦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반면 신한금융이 모험자본 분야에 매트릭스 형태의 협업체를 구성하고 부문장 등 책임자를 둔다면 실무자 차원에서 더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모험자본 투자 특성상 유망 산업분야와 신생기업을 경쟁사보다 앞서 발굴하고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매트릭스조직에서는 여러 신한금융 계열사가 공동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협업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공산도 크다.
신한금융은 이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투자금융(GIB) 매트릭스에서 신생기업 투자를 공동으로 진행하며 이런 형태 협업을 추진한 선례가 있다.
신한금융이 네오프로젝트 관련된 업무를 나눠 맡은 기존 협업조직 3곳에 각각 네오프로젝트 전담 분과를 두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도 새 협업조직이 설립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여러 협업조직에서 운영하던 네오프로젝트 분과를 통합하면 모험자본 투자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하는 그룹 차원 협업조직을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 회장이 매트릭스를 신설하는 대신 부문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사업협의체' 형태의 조직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설립한 부동산사업협의체도 조 회장이 사업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계열사들 사이 협업을 논의하는 구조를 갖춘 만큼 모험자본 투자협의체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이 모험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정부 정책에 화답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되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와 금리 하락으로 신한금융이 은행과 카드, 보험 등 주요사업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며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대응할 체질을 갖춰내는 일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신성장산업 분야 기업과 신생기업에 투자를 늘리는 일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좋은 성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조 회장은 내년부터 신한금융 계열사 경영성과 평가에 모험자본 투자 과제 달성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프로젝트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네오프로젝트는 금융 분야 신사업기회 발굴과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 강화라는 두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며 "발전방향을 꾸준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