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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마케팅, '박근혜 브랜드' 파워 얼마나 강할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9-16 11: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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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마케팅, '박근혜 브랜드' 파워 얼마나 강할까  
▲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이춘희 세종시장과 함께 지난 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 박람회 세종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셀럽마케팅’은 유명인(celebrity)를 뜻하는 셀럽(celeb)과 마케팅(markting)이 합쳐진 단어다. 유명인사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셀럽마케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등장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며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특정제품 모델로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셀럽마케팅은 주로 간접적 효과를 노린다.

유명인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클수록 그 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라는 브랜드는 마케팅적 측면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대통령은 마케팅을 위한 직접적 대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통령 마케팅은 위험성도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 대통령의 지지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정권이 바뀌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박근혜’라는 브랜드 파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한 권의 책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휴가기간 동안 읽었다며 “마음으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인 엠마누엘 페스트라이쉬가 쓴 것이다. 이만열이란 한국이름까지 갖고 있는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예일대에서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나라이며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케이팝(K-Pop)을 비롯한 한류와 인터넷, SNS 등을 선도적으로 시작하면서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들을 무한한 연속성과 창조성,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서평’이다. 그 뒤 이 책은 곧바로 서점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서점들에서 재고가 떨어져 주문량을 대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출판한 21세북스는 재고가 동나자 철야작업 끝에 이틀 동안 1만부를 찍어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 책을 말한지 이틀만의 일이다.

출판사 직원들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있던 날 환호성을 질렀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21세기북스가 ‘대통령 로또’를 맞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특정제품을 잘 언급하지 않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은 그런 점에서 대통령 마케팅 효과의 최대치를 누린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시로 읽은 책을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책만 해도 50여 권 가량에 이른다.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일본 제국흥망사’ 같은 책들이 노 전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으로 ‘미래와의 대화’ ‘비전2010 한국경제’를 든 적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미래의 결단’을 휴가 때 읽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넛지’라는 책을 휴가 때 읽었다고 공개했다.

현직 대통령이 저서를 언급한 것만으로 출판사들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으며 판매량도 급증했다.

◆ 셀럽마케팅의 최정점 대통령 마케팅

대통령은 뉴스가치가 최고인 만큼이나 셀럽마케팅의 측면에서 영향력도 크다. 특히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 마케팅, '박근혜 브랜드' 파워 얼마나 강할까  
▲ 국내 안경제조 전문 중소기업 '시선'이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착용한 선글라스를 소개하고 있다.
셀럽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모방심리에 기댄다. 모방심리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셀럽마케팅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패션산업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로 패션과 관련한 숱한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자리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공식행사에서 선글라스를 낀 모습도 이례적이었으며 트레이드마크였던 선글라스를 애용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환기시기키도 했다.

이날 이 기사의 댓글이나 SNS 등에 박 대통령이 착용한 선글라스가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궁금해 하는 내용도 많았다.

박 대통령이 쓴 선글라스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었다. ‘시선(SEE SUN)’이라는 대구의 한 안경테·선글라스 제조업체가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은 독일 레드닷어워드에서 디자인 부문상을 받기도 햇는데 가격은 17만8천 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중소기업은 박 대통령의 선글라스 덕분에 기업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런 사례는 꽤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산물을 직접 구입했다.

TV뉴스를 통해 박 대통령이 연보라색 지갑을 꺼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국내 누비공예 전문브랜드 ‘소산당’은 일약 유명세를 탔다. 박 대통령이 들고 다닌다는 소문이 잘못 알려져 광고효과를 누린 ‘호미가’라는 업체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셀럽마케팅은 맛집이나 영화에 한정됐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소호정’이라는 식당은 지금도 ‘김영삼 칼국수집’으로 더 유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영화 관람으로 셀럽마케팅의 위력을 떨쳤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서편제’를 관람해 이 영화 홍보에 큰 보탬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극장을 자주 찾았다.

이런 전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여성지도자라는 점에서 유독 패션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런 효과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외교순방길에 오를 때마다 지나치게 패션에만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때도 있다.

◆ 삼성전자, 오바마 마케팅으로 역풍 맞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셀럽마케팅의 최정점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 여름휴가철 읽은 도서 6권을 공개했는데 이 책들은 미국 서점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 마케팅, '박근혜 브랜드' 파워 얼마나 강할까  
▲ 미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전 1루수 데이비드 오티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백악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셀카를 찍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트위터에 갤럭시3로 촬영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책들 가운데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책은 제임스 셜터의 '올 댓 이즈',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등 3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만으로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린 것은 말할 나위없다.

셀럽마케팅의 활용도 측면에서만 보면 미셸 오바마가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높다. 설문조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대중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분석을 자주 한다.

가령 대통령과 영부인이 입는 옷의 브랜드 이름이 외부에 노출될 때 그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해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조사에서 미셸 오바마는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남편보다 훨씬 파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셸 오바마는 유명 고급브랜드의 제품보다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옷을 즐겨입는 편이다. 그가 갭이나 나이키같은 브랜드의 옷을 중요 행사장에 입고 나나타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1.7% 상승하고 라이벌 기업 주가가 0.2%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셀럽마케팅 효과를 노렸다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3으로 찍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야구선수 데이비드 오티즈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셀카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사진은 4만 번 이상 리트윗돼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으나 백악관은 삼성전자의 마케팅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이미지가 상업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은 안 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네네치킨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네네치킨은 지난 7월1일 본사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노 전 대통령이 커다란 치킨을 안고 있는 합성사진을 올렸다.

문제의 사진은 극우 온라인커뮤니티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데 사용된 것이었다. 네네치킨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소동을 벌였으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러나 노이즈마케팅도 마케팅의 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셀럽마케팅은 지지도나 선호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해 관심을 모았으나 실제 판매량은 저조했다.

  대통령 마케팅, '박근혜 브랜드' 파워 얼마나 강할까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 식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 마케팅,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대통령 마케팅이 가장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현장은 뭐니뭐니 해도 정치권과 기업이다. 정치현장에서 최고 실권자인 대통령 효과를 노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선거철 대통령이 유세현장을 찾아주는 것만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후보자들이 대통령과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브랜드로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지지율이 지금 추세대로 유지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여권 후보들이 박근혜라는 이름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경영에서 대통령의 존재는 정치판과 다르다. 대통령과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불문율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뒤 경영일선에 복귀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장면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 회장이 석방된지 10일 만인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 M14준공식 행사에서 박 대통령과 최 회장은 만났다.

박 대통령이 최 회장을 사면하고 SK하이닉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SK그룹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는 보낸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 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정말 밤낮으로 여념이 없으신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 회장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신년 인사회 등 공식행사에서 인사를 나눈 정도다. 박 대통령이 최 회장을 만난 것은 수감 직전인 2012년 당선인 신분으로 전경련 회장단과 회동 때가 마지막이었다.

재계 관계자들이 대통령과 관계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것이 최고’라고 치는 것은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가 권력이 바뀌면 크게 당하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도 롯데그룹이나 코오롱그룹 등은 이명박 정부 때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꼽혀 세무조사 등의 곤욕을 치뤘고 박근혜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다.


SK그룹도 재계에서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오랫동안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주간 지지도 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1.2%포인트가 올라 50.4%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메르스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던 지지율은 남북화해 국면을 계기로 급반등해 중국 전승절 참석 이후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집권 반환점을 돌아선 상황에서 5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해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견조한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박근혜’라는 브랜드 파워도 계속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 마케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대통령 단임제인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정권이 바뀌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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