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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상속세 1조 약속 부담스럽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4-29 16: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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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상속세 1조 약속 부담스럽다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촌이다. 올해 45세로 동갑이다. 신세계그룹은 삼성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명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두 살 아래 동생이다.

삼성그룹이 이재용체제 개막을 앞두고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개편하느라 숨가쁘게 움직이는 반면 신세계그룹은 조용하다.

정 부회장이 여동생 정유경 부사장과 함께 2007년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7천억 원 상당의 지분을 물려받았을 때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상속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 정용진 부회장이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경영권 상속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는 이미 지주회사 체제와 같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지분을 각각 27.3%씩 보유하면서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도 눈에 띄지 않는다.


◆ ‘상속세 1조’ 약속의 무거움

그런데도 신세계그룹에서 경영권 상속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도 없는 것은 상속세 1조 원 납부를 약속한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용진, 상속세 1조 약속 부담스럽다  
▲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 부회장 남매는 2007년 아버지로부터 7천억 원 상당의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 3500억 원을 납부했다. 재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였다. 이전까지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가족이 납부한 1830억 원이 최대였다.


정 부회장 남매의 상속세 납부는 정 부회장 체제로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그해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정 부회장은 상속세를 납부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회사 경영이념인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향후 정 부회장 체제 출범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정 부회장 남매의 상속세 납부에 앞서 “신세계는 도덕적 기반을 세운다는 차원에서 깜짝 놀랄 만한 수준으로 세금(상속세)을 낼 준비 중”이라며 “규모는 약 1조 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신세계그룹 상장계열사 지분 가치는 모두 1조6577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넘겨주는 재산 규모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정 부회장 남매가 이 회장 부부로부터 신세계그룹 지분을 물려받을 때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8천억 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 전반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동생 정 부사장의 역할은 패션부문에 한정돼 있다. 두 사람의 격차는 지분에서도 확인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그룹 계열사 지분가치는 정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의 4배 수준이다.


정 부사장은 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조선호텔 지분 정도를 물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부부가 보유한 두 회사의 지분 가치는 1천억 원 정도다. 이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500억 원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여동생 승계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7500억 원에서 최대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 상속세 납부 약속을 지키자니 막대한 상속세가 부담스럽고 안 지키자니 윤리경영을 내세운 신세계그룹 수장으로서 체면이 안 서는 상황이다.


◆ 정용진의 ‘돈줄’ 삼성전자 주식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그룹 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는 모두 8500억 원 정도다. 그러나 이 지분을 매각하면 신세계그룹 지배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 부회장의 최대 돈줄은 삼성전자 지분이다. 정 부회장은 2004년 삼성전자 주식이 주당 40~50만 원이던 시절부터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정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4대 개인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부회장보다 삼성전자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 홍라희 관장, 이재용 부회장 단 3명으로 모두 삼성그룹 오너 일가다.

  정용진, 상속세 1조 약속 부담스럽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인문학 청년 인재양성 프로젝트 지식향연 콘서트에서 삼성 갤럭시S5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스마트폰에 깃든 인문학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억 원이 넘는다. 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지분 절반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이다. 이에 정 부회장의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경영권 확보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 부회장의 또 다른 돈줄은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지난해 49억 원을, 그 전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은 계열사로부터도 그 전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을 받아 배당금 잔치를 벌인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보수도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두 회사 등기이사에서 사퇴하면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때문에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됐고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신세계그룹 임원의 연봉에 비춰 정 부회장 연봉을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임원중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허 전 사장은 연봉 13억9900만 원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최소한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연봉으로 받았을 것이다.


정 부회장은 배당금과 연봉 등 수입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정 부회장 소유의 주택의 공시가격은 2012년 기준 107억 원대였다. 정 부회장은 당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단독주택(81억 원)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25억8천만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경기 성남시 소재의 단독주택의 경우 201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성남시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기록됐으며 시가는 200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세계도 결국 지주사체제 전환하나


신세계그룹 승계가 더뎌지자 신세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상속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수 있고 지배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재 지주사격 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하고 두 회사에서 분리한 지주부문을 합병해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도 LG화학과 LG전자에서 지주부문을 각각 분리한 뒤 합병해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미 지주회사 체제와 다를 바 없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지주사 요건을 갖추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계열사 지분 20%를, 비상장계열사 지분 30%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현황을 살펴보면 두 회사는 이미 지주회사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지주회사 수입은 자회사로부터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등이 전부다. 따라서 지주회사 제체로 전환하기 전 그룹 몸집을 불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을 때 지주회사 수입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정 부회장이 올해 초 향후 10년간 31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17만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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