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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가격협상, 박삼구와 박현주의 묘한 관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23 19: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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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18억 원.”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1조 원이 넘는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제시했다.

채권단이 실사가격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책정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가격협상, 박삼구와 박현주의 묘한 관계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때 박삼구 회장의 사업을 돕는 관계였는데 이번에 큰 짐을 안겨준 모양새가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가로 1조218억 원을 확정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쥔 박삼구 회장에게 이를 통보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은 회계법인이 산정한 금호산업 주당 3만1천 원의 가치에 프리미엄 90%(2만8천 원)를 더한 것이다. 주당 가격은 5만9천 원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7.6%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1732만 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 제시한 금액은 애초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에 앞서 단독입찰에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제시한 6천7억 원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유찰시켰다. 이에 따라 매각협상이 7천억~8천억 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이 1조 원이 넘는 매각가를 책정한 것은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14.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기택 산업은행회장도 금호산업 매각논의가 본격화할 무렵 “지분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이 주도적으로 가격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으로서 자칫 '헐값매각' 논란을 의식해 재무적투자자를 대표하는 미래에셋에 협상 주도권을 넘긴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 8.8%를 보유한 최대 단일주주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매각이 시작된 무렵부터 줄곧 1조 원대 매각을 주장해 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산운용사로서 투자원금 이하로 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당시 금호그룹 계열사였던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로 나섰다. 그 뒤 2009년 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개시할 당시 주당 6만 원에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했다.

이번에 채권단이 주당 5만9천 원으로 매각가를 책정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투자원금 회수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채권단과 박 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의견차이가 워낙 커 앞으로 협상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 회장은 주당 3만1천 원의 실사가격에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권단을 사실상 대표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격협상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금호산업 가격협상, 박삼구와 박현주의 묘한 관계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하지만 박 회장과 협상이 결렬돼 향후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채권단도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아 금호산업 매각이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 일부도 이런 고민 때문에 가능한 박 회장과 협상을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다.

금호산업과 박 회장의 운명은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태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호산업 매각 건을 이번 기회에 마무리하려는 일부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 회장과 적절한 가격수준에서 합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끝까지 투자금회수 원칙을 고수하면 박 회장의 재무적 부담이 커지거나 제3자 재매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인연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광주지역 출신으로 동향이면서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박현주 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동원증권에서 일하다 1997년 7월 미래에셋캐피탈을 출범해 현재 20여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금융그룹을 키워냈다. 박 회장은 특히 1999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해 2000년대 초반 증시 활황기를 이끌었다.

박현주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박삼구 회장을 도왔다.

그러나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추진할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박현주 회장과 박삼구 회장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인수전 초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때에도 두 사람의 관계로 볼 때 억측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런 시각에 대해 자산운용사로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해 판단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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