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 여야가 28년 만의 의무공개매수제 부활에 있어 최대 쟁점인 매수 범위를 두고 ‘공개매수 결과 인수자가 50%+1주를 실제로 확보하는 방식’에 사실상 합의했다. 

잔여주식 전량매수에 따른 인수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인수자에게 과반 확보 책임을 지우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청약 미달 때의 처리 방식과 공개매수가격, 제도 발동요건은 추가 조율 과제로 남아 있다.
 
'의무공개매수 50%+1주' 국회 정무위서 여야 공감대, 청약 미달 처리·가격·발동요건 조율 관건

▲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왼쪽)과 여당 간사인 박상혁 의원(오른쪽), 야당 간사인 서일준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 도중 소위에서 처리한 법안 처리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정무위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야는 상장회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주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한 여당 정무위원은 2일 국회에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 뒤 취재진과 만나 “여야가 50%+1주로 공감대를 이뤘다”며 “15일 소소위를 열어 의무공개매수제 법안을 가장 먼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50%+1주’는 단순히 해당 수량을 목표로 공개매수를 제안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개매수 결과 인수자가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을 실제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위에서 심사된 법안들은 제도 도입 취지는 같지만 매수 범위에서 차이가 컸는데, 이번에 여야가 조율에 성공한 셈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반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매수가 제한되는 방향도 논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정도의 지분을 취득하는 사람에게 일반주주를 상대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지배주주와의 장외계약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때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지배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고 일반주주는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소외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무공개매수 50%+1주' 국회 정무위서 여야 공감대, 청약 미달 처리·가격·발동요건 조율 관건

▲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가 2일 국회 본관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현제 정무위에 올라와 있는 9개 의원안 가운데 청약 미달을 이유로 기존 지배주주와의 거래를 무효화하거나 선행매수한 지분을 다시 처분하도록 명시한 법안은 없다. 이에 추가 공개매수·인수 제한·의결권 제한 가운데 어떤 후속조치를 둘지가 주목된다. 

청약 미달뿐만 아니라 초과 청약 처리 방식도 관건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처럼 안분비례를 통해 목표 수량까지만 매입하면 다수의 일반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기회가 돌아가지만 각 주주가 청약한 주식을 전부 팔 수는 없다. 안분비례는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목표 수량보다 많을 때 각 주주의 청약 물량에 비례해 매수 수량을 나누는 방식을 일컫는다. 

반면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처럼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을 모두 사도록 하면 일반주주의 전량 매각이 가능해진다. 다만 청약 물량에 따라 사실상 잔여주식 전량매수와 비슷해질 수 있어 인수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50%+1주 절충안의 취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매수가격 산정 방식도 법안마다 차이를 보였다.

강훈식·정태호·이인영·천준호·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은 선행매수가격이나 과거 매수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공개매수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선행매수가격과 기업의 순자산가치를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이강일 의원안은 인수자와 특별관계인이 최근 1년 동안 지급한 최고 매수가액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격 이상을 적용하도록 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도 최근 1년 동안 매수한 주식의 최고가격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아울러 의무공개매수 발동요건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지분이 25% 이상이 되는 것만 기준으로 삼으면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는 2대 주주의 지분 확대에도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25% 이상 보유’와 ‘최대주주 등극’을 함께 요건으로 두면 실제 경영권이 변동되는 거래를 중심으로 규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7년 1월 상장회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할 때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뒤 M&A와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1998년 2월 폐지했다. 이번에 제도가 도입되면 28년 만에 경영권 변경형 의무공개매수제가 부활하게 된다. 

여야가 최대 쟁점이던 매수 범위와 실제 보유기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법안 처리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다만 오는 15일 열릴 소위에서 산적한 쟁점들을 얼마나 조율할지가 법안 처리 시점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