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서버용 D램 물량 부족에 DDR4 '폐품'도 재활용, 메모리반도체 호황 장기화 신호

▲ 구글이 서버용 D램 물량 부족으로 폐기하는 서버의 DDR4 D램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호황 장기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의 장치 사진. <구글>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서버용 D램 물량 확보에 차질을 겪으며 폐기를 앞둔 구형 서버에서 DDR4 규격의 반도체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나서고 있다.

2일(현지시각) 미국 IT전문지 WCCF테크는 “메모리반도체 품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공지능 빅테크 기업들이 임시방편에 가까운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CCF테크에 따르면 구글의 공급망 인프라를 담당하는 니킬 체리안 선임 이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AI 산업의 병목 구간이 연산 능력에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의 인공지능 연산용 반도체보다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사업 확장에 더 큰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체리안 이사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가 인공지능 서버 부품 원가에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며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측에서 모두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폐기를 앞둔 구형 서버를 분해해 DDR4 규격 D램을 회수한 뒤 재활용하고 있다. 신형 인공지능 서버에 DDR4 메모리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부품도 별도로 설계했다.

DDR4 D램은 최신 DDR5 규격보다 성능 및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D램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구글이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체리안 이사는 구글이 구형 메모리반도체를 재활용하는 데 이어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에 메모리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를 해소하려면 제조사들의 생산 확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글 서버용 D램 물량 부족에 DDR4 '폐품'도 재활용, 메모리반도체 호황 장기화 신호

▲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서버 시제품. <마이크로소프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라니 보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시스템 및 인프라 사장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타이완 2026’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은 부품 공급과 관련한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메모리반도체 탑재량을 계속 늘려 성능을 향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카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생산 능력이 끝없이 늘어날 수는 없다”며 인공지능 업계가 메모리를 낭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나서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사에 중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메모리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돼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경영진이 이처럼 메모리반도체 공급 차질에 해결책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호황기를 예고하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많다.

메모리반도체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힘을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빅테크 업체들의 판단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업이 생산 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 시장의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공급을 웃도는 상태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장기 호황에 기여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5천억 달러(약 2039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의 예측도 전했다. 2025년(7960억 달러)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수치다. 김용원 기자